천경호(교사)

1. 출근으로 인정하는 결근이 있을까? 없다. 결근이면 결근이지 출근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는 가능하다. 출석 인정 결석이 있기 때문이다. 결석을 했지만 출석한 것으로 인정한다. 그야말로 콩 심은데 팥 나는 곳이 바로 학교다.

2.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결석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8조 제5항이다.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교외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교외체험학습을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으로 인정할 수 있다."

3. 그런데 이상하다. 학교의 장이 학교 밖에서 실시하는 체험학습을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수업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지, 학부모가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것을 학교장이 수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다.

4. 교사가 아닌 학부모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어떻게 수업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건 교육부 훈령의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기록지침'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장 허가 교외체험학습 운영지침침'을 마련하여 학교에 하달하고 있다.

5. 이와 같은 규정을 근거로 학교는 보호자에게 '교외체험학습규정'을 안내하고 보호자들은 '교외체험학습신청서'를 작성한다. 신청서에는 '교외체험학습계획'을 작성토록 하며 여기에는 연락처, 교외체험학습신청기간, 목적지, 보호자 및 인솔자 이름, 그리고 학습 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토록 하고 있다.

6. 신청서 아래에는 통보서가 있고, 이를 학부모에게 보내야 출석으로 인정하는 결석이 된다. 신청서는 보통 2,3일 전에 제출해야 하고, 7일~10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서류를 5년동안 원본 보관해야 한다.

7. 소득이 낮은 계층의 아이들이 많은 지역의 학교는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아이들이 적다. 반면 소득이 높은 계층의 아이들이 많은 지역의 학교는 학교에서 허가하는 교외체험학습 일수를 최대로 채우는 아이들이 많다.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결석을 20일 가량 한다는 뜻이다.

8. 2~3일 내 신청서 제출, 7~10일 이내 보고서 제출, 신청서와 보고서 원본 보관 5년을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주기 위해 전국 수십 만 교실에서 불필요한 서류 노동을 해야 하고, 이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간 갈등을 해결하는데 교육력을 소모해야 하는 것일까?

9. 학교에 등교하면 출석, 미등교하면 결석으로 처리하자. 감염병이면 감염병으로 인한 결석으로, 가족여행이면 가족여행으로 인한 결석으로 기록하면 된다.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도 해소하고, 불필요한 업무로 줄일 수 있다. 상급학교 진학에 걸림돌이 된다면 방학 중 가족여행을 가면 될 일이다.

10. 학교와 교육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보다 학교와 교사에게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큰 출석 인정 결석 제도의 개선은 비용도 들지 않고 교육력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