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갑 작가의 소설집 『깊고 붉은 사랑』이 들꽃출판사에서 출간되어 문단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탈북 난민의 문제를 인류 보편의 ‘인권문제’로 부각시킨 중진작가 유영갑이 탈북문제를 다룬 첫 번째 소설집 『강을 타는 사람들』(2014, 북인) 이후 11년 만에 펴낸 두 번째 탈북 관련 소설집이다.
유영갑의 이 소설집은 탈북난민들의 고통과 좌절, 열망과 기대, 불안과 환희, 심리와 정서 등 그 모든 것을 담아낸 서사적 기록물이자, 작가 정신이 돋보이는 집념의 창작집이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오로지 ‘탈북난민’ 문제에 집착한 중진 작가 유영갑은 한국문학사에서 ‘분단문학’의 새로운 유형을 창출했다. 2025년 6월 현재, 3만4천여 명에 이른 탈북민 문제는 결코 간과해선 안될 현재진행형이며, 남북 모두의 핵심쟁점 사항이다.
유영갑 작가가 때론 ‘반북주의자’라는 낙인을 각오하면서 탈북문제에 깊은 문학적 관심을 기울인 까닭은 무엇일까. 수많은 탈북민들의 문제가 인간으로서 자기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며,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인류보편의 인권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을 통해 우리는 동포애를 뛰어넘어 동시대 문제를 결코 외면치 않으려는 ‘진정한 작가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전상기는 해설에서 소설을 이렇게 평하고 있다. “정확히 11년 전, 소설가 유영갑은 ‘탈북난민’들의 고난에 가득 찬 북한 탈출기 5편의 중·단편 소설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판했었다. 『강을 타는 사람들』이 바로 그것이다. 『강을 타는 사람들』이 5편의 중·단편 작품을 싣고 있는데 반해, 이번 소설집 『깊고 붉은 사랑』에서는 모두 9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만큼 ‘탈북 난민’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자 여전히 풀어야 할 남북한 모두의 중요한 핵심 쟁점이라는 것이 소설가 유영갑의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유영갑의 소설은 ‘탈북난민’에 관한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담아내고자 애쓴 서사적 기록물이자 난민들의 고통과 좌절, 열망과 기대, 불안과 환희, 심리와 정서를 온전히 형상화하고자 한 소설적 재현물이다. 35년에 이르는 그의 소설가 이력에서 절반이 넘는 세월을 ‘탈북난민’ 문제에 천착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승화코자 한 집념과 열정, 그리고 어떤 소명의식은 실로 놀랍고도 경의에 값한다.”
1958년 인천 강화에서 태어나 1991년『월간문학』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유영갑 작가는 올해로 등단 35년차에 이른 중진작가이다. 등단 이후 그는 장편소설『푸른 옷소매』,『그 숲으로 간 사람들』,『시대의 불꽃 성완희』,『달의 꽃』등과 창작집『싸락눈』등을 간행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91년에 펴낸 첫 장편『푸른 옷소매』를 통해 한국군 남자와 베트콩 여자 간의 국경과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사랑의 문제를 형상화하여 베트남전쟁과 관련한 새로운 소재와 주제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장편『그 숲으로 간 사람들』을 통해 독립군 후손과 친일파 경찰과의 역사청산 문제를 제기하여 리얼리스트 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전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