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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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1 08:40 | 최종 수정 2024.04.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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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나오면서 그동안 가입했던 단체, 후원회 등을 다 정리했다. 조직의 일원이 아니라 개인으로 살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사는 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아서 새로운 단체의 회원이 되거나 단체를 만들어서 작은 일을 맡게 되었다. 퇴직한 시점이 대통령 선거와 지자체 선거 준비 기간과 맞물리다 보니 선거 이슈와 직면하게 되었는데, 관련된 후보들의 주요 관심사는 ‘전환’ 문제였다. 지금 사는 방식으로는 안 되니 무언가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감 후보들은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전환해야 하고 맹목적인 양적 팽창과 주체 간 소통 부재로 초기의 개혁 동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경기혁신교육은 학벌주의와 경쟁적 입시 체제를 타파하고 삶을 위한 교육을 실현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각계각층과 협력하여 더 넓은 교육복지를 실현하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며, 지역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교육문제를 해결하며, ‘교육 대전환’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대두되었다.
당시 여당 후보의 대선 후보의 정책에서도 각 부문에서의 ‘대전환’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모든 선거공약이 그렇듯이 레토릭은 화려하고 포장은 그럴 듯 하지만 실행력은 구체적으로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대전환’의 실천 가능성은 떨어졌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선거에 패배함으로써 그나마 반짝할 수 있는 전환의 빛마저 볼 기회가 없게 되었다.
아니 선거의 결과는 빛이 아니라 어둠으로의 회귀였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없는 자들을 쫓아내고 가진 자들끼리의 잔치로 개편되었다. 정론직설을 지향해야 할 언론은 대놓고 ‘아무 말 잔치’나 지록위마의 아부 판으로 바뀌었다. 교육은 생각하는 교육이 아니라 암기학습으로, 평등이 아니라 서열화 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후퇴하였다. 그나마 이루어놓은 혁신교육은 좌파교육으로 매도되면서 승계가 아니라 부정과 폐지의 수준으로 치달렸다.
【전종호의 임진강 노래 23】전환의 압력더욱 시급한 것은 시민교육과 에너지, 기후 문제였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던 정부 정책도 원전을 강화하는 쪽으로 되돌아갔다. 원전 축소를 추진했던 전 정부의 장관을 수사하면서 지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담당자들은 몸을 사리게 되었다. 노동, 인권, 성교육 등의 시민교육은 학교에서 심각하게 위축되거나 폐지되었다. 재앙이라고 표현될 만큼 심각한 기후 위기나 에너지 문제가 그동안에도 학교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웠는데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지역에서 기후 문제나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보급하려던 지역 기후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나 에너지 협동조합들도 위기를 맞게 되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철저하게 개인으로 살고자 했던 나에게도 어떤 삶의 전환이 필요했다. 전환의 압력을 느꼈다는 것이 더 나은 표현이겠다. 그만큼 지역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색이 시민교육 책을 냈던 저자 입장에서 지역에서 무언가 시민교육활동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시민교육 영역이 기후와 에너지 부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가르친다는 개념이 아니라 내 삶을, 내 몸에 각인된 삶의 방식을 지우고 새로운 형태의 위기에 적응하고 돌파해야 할 기후활동가, 마을활동가로서의 삶의 일보를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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