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마스터플랜을 논의하면서 마을 공유건물(마을센터) 먼저 짓기, 태양광 필수, 지열 선택, 담이 없는 마을, 공동주차장, 전선 지중매설, 빗물순환시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농업회사법인 설립 등 마을 조성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왕좌왕,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토목계약을 마치고 첫 삽을 뜨기 전에 기존의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였다. 안전을 기원하고 공사 시작을 천지신명께 고하는 마을 잔치에서 그동안 우리 마을 사람들이 논의해왔던 꿈과 실천의 다짐을 <눌노리 평화마을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우리는 마을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마을은 역사 이래 인간 사회 활동의 최소 단위로서, 인간은 마을을 통해서 보살핌과 심리적 안정, 자원의 순환과 경제활동, 자녀교육 등 사회적 생산과 재생산을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마을의 기능은 점차 붕괴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제 마을은 단순히 잠자는 곳이나 행정의 단위로서만 기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새마을운동을 통하여 전통적이고 자생적 마을의 개념이 무너졌습니다. 새마을운동은 도시 중심, 2, 3차산업 중심의 근대화에 따라 몰락하게 된 농촌을, 지붕개량, 도로포장, 소득 증대 등 외형적 형태에 국가가 편중된 지원을 함으로써, 오히려 전통사회의 상부상조 등 자생적 마을의 가치를 파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외국의 마을 운동의 영향을 받아 전국에서 부분적으로 생태 마을을 조성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변산 공동체, 간디 마을, 홍동면 같은 자생적 마을 운동의 성공적 사례가 있으나 아직 보편적 현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눌노리 평화마을은 (사)평화마을짓자의 회원을 중심으로 평화마을을 살자는 의식 아래 대안마을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어서 2년 전부터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마을의 지향과 구성 논리의 핵심은 생태주의와 평화와 공동체였습니다. 이러한 가치는 마을 구상의 핵심이고 건축 과정과 건축 이후 마을 살이의 핵심적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결의하였습니다.
생태주의는 환경 보전과 기후 위기에 대한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삶의 방식 등 실천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는 마을의 건축 마스터플랜에서부터 오롯이 생태적 가치의 이상을 반영하려고 하였습니다. 파평산과 기존의 눌노리 마을의 풍광과 생활방식을 전적으로 거스르지 않는 것을 전제로 물과 불과 사람이 공존하는 마을을 설계하였고, 이에 따라 태양광, 태양열, 지열, 빗물 등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마을을 지향합니다.
또한 눌노리는 한반도 분단선에 최접근 한 마을입니다. 강 하나만 건너면 민간인 통제선이 놓여 있고, 남북의 긴장 발생 시 가장 빨리 영향권 안에 드는 마을입니다. 우리 마을은 이러한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 마을이, 그리고 우리 마을 주민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군사적, 정치적 긴장 완화뿐만 아니라, 주민과 주민, 눌노리 입주민과 선주민 사이의 협력과 일치의 노력에서, 농사를 통한 환경과 생태계의 평화를 맺는 방식에서 시작되고 완결된다는 정신을 끝까지 지켜내기로 했습니다.
눌노리 평화마을은 계획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이것은 우리 눌노리 평화마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취락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획하여 만든 공동체라는 것을 뜻합니다. 공동체이되 단일한 이념이나 깃발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적, 인간적, 사회적 취약점을 극복하고 보완해 나가며,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주민들이 모여 살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를 민주주의의 가치와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눌노리 평화마을은 단순히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평화마을짓자의 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과, 마을 주민이 생산하는 쌀, 대마, 과수, 화초, 유정란 등 1차 생산품을 가공, 유통하는 농업법인 ‘평화로가게’를 운영하여 6차 산업을 이루는 경제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이는 장차 마을의 주민뿐만 아니라 기존의 눌노리와 파평면, 그리고 민통선 지역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선주민의 농산품을 함께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주민 행동강령
1. 눌노리 평화마을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습니다.
자연과 자원의 순환을 고려한 삶의 방식을 실천합니다.
② 에너지 자립과 이를 넘어 순환, 공생의 삶을 삽니다.
③ 퍼머컬쳐의 정신과 방식을 실천하는 사회적 농부의 삶을 살고 이웃의 농부와 함께 연대하여 대안의 가치를 창조해 갑니다.
④ 지구의 뭇 생명과의 연결이 가능한 자유로운 발상과 담대한 실천을 지향하는 마을을 추구합니다.
2. 눌노리 평화마을은 이웃과 정답게, 사이좋게 오래오래 사는 상부상조의 가치와 방법을 찾아갑니다.
① 주민 간의 배려와 의리를 소중히 여깁니다.
② 도농 상생의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③ 나눔,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배를 지향합니다.
④ 주민 간의 소통을 중시하고 해결기구로 마을회의를 정례화합니다.
3. 눌노리 평화마을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로서 각 개인, 각 가정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저마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되 마을의 공동체성을 함께 추구합니다.
4. 눌노리 평화마을은 마을의 모든 일을 가장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마을 주민은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추구하되, ‘마을 시민’으로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5. 눌노리 평화마을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가능하면 몸도 마음도 물건도 홀가분하게 살 수 있도록 합니다.
6. 이 선언문은 매년 마을총회를 통하여 수정 보완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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