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이 미대륙에 상륙하기 전 이미 이 땅에 수천 년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즉 '아메리카 원주민', 그들은 오랫동안 이땅의 주인으로 평화롭게 살아왔다. 그들을 지칭해 '토착인'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불러온 '인디언'은 침입자들의 생각에 의해 일방적으로 불려진 이름으로 토착민에겐 불쾌한 호칭일 수 있다.
캐나다의 'Broken Forests Group'과 '백두대간' 프로젝트를 공동기획 하면서 캐나다 쪽 일원인 '돈/Don(Donald)'을 통해 토착민들의 실상과 그들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조금 알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돈은 '아니시나베(Anishinaabe/오대호 주변에 분포한 여러 부족 연합체)'부족의 후손이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36년을 살며 27년 동안 장애인 농구선수였으나 몇 번의 수술을 통해 의사도 놀랄만한 기적으로 걷게 된 인간 승리의 주인공 이다. 그는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배웠으며 현재는 독립 일러스터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북미주에는 수십 개의 원주민 부족과 부족마다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들의 세상은 심지어 들판을 가로질러 가거나 고개 하나를 넘어가면 언어가 다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문자가 없으므로 그들의 언어는 로마식 표기를 한다고 했다. 침입자인 신대륙 발견자의 정부에서 한때 이들을 재교육 한다는 미명 하에 걸음마가 끝난 유아들부터 청소년까지 백인이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강제로 끌고가 가족과 차단된 채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교육이라기 보다는 유럽화 동화同化이고, 교육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는 교화 또는 훈육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의 토착민 자녀들이 학교에서 사망하고 암매장되기도 했다고 한다. 뒤늦었지만, 학교 주변 발굴조사를 통해 이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밝혀지고 지금은 토착민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학교 재건과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중이다. 토착민의 입장에서 보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이며 설상가상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돈'을 만나 특별히 미주 토착민의 생활과 그들의 불행한 역사를 알게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에 더욱 놀라웠다. 특히 그는 'Site Specific(현장 특성화)' 작업을 하는 작가라서 연미산과 관련이 있는 '곰이야기'를 해줬더니 '곰과 나무꾼이 세 자녀를 낳았다.'라는 대목에서 나의 손목을 잡으며 "나 지금 닭살 돋았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두 눈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래지더니 이어서 자신의 핸드폰을 뒤져 작품 하나를 내밀었다. 확대해 보니 그림 속엔 큰 곰 한마리가 세 마리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부족에서 전해 내려온 설화를 일러스트한 것이라 했다. 돈은 아마도 우리가 같은 족속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 것 같았다.
돈(Donald)의 일러스트. 그림 속 어미곰이 세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이 점이 곰나루 전설과 일치하는 부분임
작가 돈(Donald Chretien)의 일러스트
그렇다. 그 옛날 유라시아 대륙과 북중미가 붙어 있을 때 일부 사람들이 그쪽으로 이주했을 것이다. 그리고 해빙이 되어 왕래가 끊긴 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렇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이 곰을 토템으로 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