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간장 포럼 운영위원)

간장 포럼(대표 우태영)이 기획한 ‘한민족 디아스포라 장문화 투어’를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따라갔다. '간장 포럼'은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창이라는 작은 산골에서 우리 '장醬'의 뿌리를 되찾고 장과 관련된 축제와 교육을 알려 전국과 해외로 '장醬'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단체이다.


​중국 연길시 민들레된장생태마을에서 열리는 오덕 된장 축제에 함께하고 홍범도의 길을 따라 백두산으로 가는 한 팀을 남기고 우리는 고려인들이 거주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로 향했다.

먼저 훈춘을 지나 국경을 넘어 크라스키노를 거쳐 '단지동맹유지'를 방문했다. 안중근 의사와 12명이 ‘대한 독립’삼창을 하고 단지斷指 동맹을 한 것을 기념하여 2001년에 이 비를 세웠다고 한다. ​우리 일행도,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역사의 현장에서 묵념하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하나 뿐인 목숨과 온 재산을 바친 먼저 간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이 가능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었다. 기념비 앞의 15개의 돌의 의미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러시아 쪽에 해박한 분이 설명해 주셨다.

​"안중근 참모중장이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15개의 이유를 일갈하셨는데 15개의 이 돌들이 그것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라즈도느노예 역을 방문했다. 1937년 스탈린이 여기 연해주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시킨 시발점 역이다.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실질적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 저러한 이유에서 조국을 떠나와 낯선 땅에서 겨우 뿌리를 내릴 즈음 또다시 맨몸으로 중앙아시아에 말 그대로 던져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된장 만드는 도구를 중앙아시아에 챙겨갔다는 말에 사람과 음식, 소스와 민족혼을 관계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보다는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이상 정상적인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기차로 이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천신만고 끝에 정착했던 중앙아시아를 떠나 다시 이곳에 재이주해서 목숨을 이어 살아 온 사람들, 조선인도 아니고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던 사람들! 그 기구한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들의 기막힌 삶의 역사를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우리의 하루하루 그 어느 순간도 헛되이 살 수 없는 이유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