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디마죠의 DNA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3.19 07:15 | 최종 수정 2024.03.19 10:24 의견 4
에펠탑
파리의 상징 에펠탑은 전체가 쇳덩이다. 가까이서 보면 더욱 웅장하나 전체가 섬세하게 짜여 있다.
유리 피라미드
유리로 된 피라미드는 루블 미술관을 다리가 아프도록 관람한 후 햇볕이 따가운 광장으로 바로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파리의 작가 패트릭 디마죠의 DNA

7월 8일 정오를 지나 파리 남부역에 도착하자마자 열차 밖에서 한 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야투의 비엔날레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혹시라도 그냥 지나칠까 봐 염려되었던 모양이다. 그의 예명은 컨템포리안 마대(Contemporian Made)다. 프랑스의 국영 방송에서 비디오 관련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방송관련 일을 35년간 해오다 약 7년 전 퇴임하여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며, 필자와는 2003년 “금강자연미술심포지움”에 초대작가로 참여하면서부터 알게 된 사람이다.

그의 집에서 내가 준비한 밥상 앞에서 만면에 웃음을 담고 있다.

숨쉬는 숲

커템포리안 마데는 공주를 관통하는 제민천의 다리에 하트모양의 실로폰을 설치했다. 이 작품은 숲에 부는 바람에 의해 금속 파이프가 서로 부딪혀 음악을 연주하는 발상으로 천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업이다.

그의 예명이 상징하듯 그는 은유와 유머로 가득 찬 사람이다. 오래전 그는 식용 가능한 각종의 채소로 “고흐의 자화상”, “뭉크의 절규”, “모네의 수련”등을 모작하여 냉동상태로 1989년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전시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현재도 그의 냉장고 안 냉동실에 26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 이 작업의 컨셉은 일부 유명 예술인들의 작품이 작가의 작업 의도나 예술품의 존재 의미와 무관하게 아주 고가로 거래되다 보니 그 작품이 지닌 물질적 가치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상자 안에 보관되어 빛을 못 본 채 처박혀 있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그의 집 거실에는 이른바 “어쩌고저쩌고(Bla bla)”로 명명된 작품이 있다. 소파 의자의 등받이와 바탕에 온통 ‘어쩌고저쩌고’로 가득 채운 오브제 작업인데, 마침 이 전시에 백남준 선생님도 참여했었고 우연히도 그의 바로 앞 면에 편집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내용 없이 말로만 떠드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작업이라고 했다.

가족들과 만남
한식 파티를 하던 날 그의 모든 가족이 모였다. 마침 이곳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는 조카가 자리를 같이해 더욱 뜻깊었다.
손자 필립과 가족
식사 중 차원 높은 농담으로 좌중을 놀라게 한 필립이 천진난만하게 바라보고 있다.

컨템포리안 마데씨의 집에 머무는 동안 그의 세심한 배려와 친절에 보답하고자 한국요리를 했다. 마침 그의 부인 자인(Jaine)씨가 비빔밥을 좋아해서 된장국에, 김치를 동반한 비빔밥을 준비했다. 마침 공립 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큰 딸과 두 손주, 그리고 파리서 불문학을 공부하는 필자의 조카도 합석하여 저녁을 같이했다.

저녁 식사가 한창일 무렵 서너 살 먹은 작은 손주가 매운 김치를 입에 넣자 모두 걱정스럽게 “아 유 오케이?”라고 묻자 그 아이는 “아임 낫 오케이, 아임 죠셉!”라고 대답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건 어린아이의 유머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수준이 놓은 경지였다. 역시 그 밥에 그 나물, 그 할아버지의 손자임이 분명했다.

자신을 ‘컨템포리안 마데(Contemporian Made)’라고 부른 패트릭 디마죠(Patrick Demaze)씨는 아쉽게도 2년 전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더 이상 그의 편안한 미소와 유머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명복을 빌 뿐이다.

마이욜 조각과 함께한 컨템포리안 마대

센강
그와 함께 파리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코스가 배를 타고 파리를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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