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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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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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주제는 “서식지로서의 자연, 자연과 인간의 해방”이었다. 어찌 보면 뜬금없는 이야기 같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이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없다. 우리는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살지만, 세상이 온통 시시각각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고 나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답이 없는데도 그 지점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고 있다.
나는 한 예술인으로서 작품의 가격이 얼마고 몇 점의 작품이 팔려 나갔는지에 대한 관심이 남보다 적다. 그보다는 나의 예술적 작업을 통해 지구환경의 문제와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그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지속했다. 이번 서울 전시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전시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난 아직도 그 분위기와 집중된 에너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전시장 안을 맴돌고 떠오른 어떤 이미지와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오가는 중에 잠에서 깨곤 한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강도 높은 집중의 상태인 듯하다.
작가에게 전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참 소중한 경험이다. 1994년을 기점으로 30년 동안 열두 번 개인전을 했다. 대략 3년마다 한 번 그 일을 경험한 것이다. 언제나 집중하려 노력했고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생각이었으나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은 좀 달랐다. 전시구성을 마치고 한 바퀴 돌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아 할 만큼 했구나!”였다.
이제 쇼는 끝났다. 전시장 안팎에서 나누었던 수없는 이야기와 오가던 대화, 선후배 작가들과 지인들의 따뜻한 격려와 전시장에 찾은 사람들과의 만남 심지어 인터넷을 오가던 이미지와 문장들까지 일일이 되새기며 반추하고 있다.
‘자연미술’로 대변되는 나의 작업은 전시 기획부터 나를 힘들게 했다. 우리는 43년 전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미술을 들고 도시 밖으로 나갔다. 인위가 범람하는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다. 그리고 소수의 젊은 예술인들이 그 자연에서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미술을 발견하고 진화해 국제적 미술운동으로 발전시켰다. 그 무렵 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전시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자연에서 발견한 미술을 들고 대도시 한복판으로 진입하려는 순간이기 때문에 작업을 이루는 기본단위인 오브제의 선택부터 최종 마무리까지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그렇다. 한 사람의 자연미술 연구가로서 나의 전시 주제 ‘서식지로서의 자연, 자연과 인간의 해방’은 정말 큰 테제다. 개인전 주제로는 버거웠지만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오랫동안 도도히 흐르는 거대한 물결에 작은 돌이라도 던져 파문을 일으키고 싶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물결을 만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이 지구에서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일에 대해 우리는 숙고해야 한다.
전시를 앞두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자 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의 예술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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