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선생의 중학교 진로진학 코너 13/ 달이 차면 기울듯이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9.22 07:57 의견 3

심재영(신일중학교 진로진학교사)

중3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저는 특목고(자사고)랑 일반고 중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이다. 특성화고 진학은 또 다른 변수라 제외하면 일주일에도 몇 번이고 듣는 질문이고 부모님과의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이렇다. 최근 특목고와 자사고의 입학 경쟁률은 그리 높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2대 1을 하회하고 있고 일부 외고에선 특정 과에서 미달도 많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해당 학교가 대입에서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상담은 정석대로 학생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학교에 들어가라는 조언이 주를 이룬다.

만일 아이가 분위기를 많이 타고 주변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자극받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을 원한다면 당연히 특목고(자사고)가 유리하고 양질의 풍부한 학교 활동과 프로그램으로 학생부 종합전형 준비에 유리한 도움을 받으려면 또한 특목고(자사고)가 유리하다. 2019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자료에서 1인당 창의적 체험활동비가 국제고 217.1만원, 영재학교 153.2만원, 과학고 152만원, 자사고(전국단위) 38.7만원, 외고 38.6만원, 일반고 24.7만원 순으로 나타난 것은 이러한 답변의 근거가 된다. 또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부모와 떨어져 독립된 생활을 추구하고자 하는 학생은 특목고(자사고)가 유리하다. 극상위권 내신 성적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이라면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권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반고의 장점은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내신 성적에서의 비교우위이다. 흔히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 활용할 높은 내신 성적은 일반고에서 확보하기가 쉽다. 최근엔 학교장 추천 전형을 포함하여 학생부 교과 전형에 적지 않은 인원을 뽑고 있어서 이 흐름이 강한 추세이다. 게다가 일반고에서도 학생 본인의 의지에 따라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고 수능 공부할 시간도 더 많기에 최저 학력 기준과 정시 모집 준비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극상위권 학생들이 내신을 확보하고 대입에서 활용할 카드가 많다는 것 또한 일반고의 유리한 점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정답은 각자의 몫이다. 단, 대입에 만족한 해당 학교의 졸업생들에게 물어보면 안 된다. 경험상 각 유형의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출신 학교를 최고의 학교라고 권장하는 반면 불만족스러운 입시 결과를 얻은 학생들은 절대 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후회 없는 최적의 학교를 점지해 줄 수 있다면 나는 지금쯤 대단한 명성을 얻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 질문에 정답은 없고 끊임없는 숙고만 있을 뿐이다.

상담하다 보면 인생의 깨달음을 표현한 수많은 경구와 철학적 개념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내가 이전에 윤리를 가르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요즘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하면서 느낀다. 우리 아파트 계단을 한 번에 18층씩 다섯 번을 오르면 총 90층을 오르는데, 시작할 땐 고통스럽다가도 세 번째 9층을 지나면 ‘벌써 반이나 했구나’ 하면서 기운이 난다. 고통이 만족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전화위복, 호사다마’라 했던가. 지금 너무 힘들다면 이제 편안해질 순간이 임박했다는 것이고, 너무 기쁘다면 언젠가 힘들어질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울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서 생활할 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그들의 대학 입시는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다수의 전문가가 예상하는 방향은 학생부 종합 전형의 강화이다. 그렇다면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의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

일반고의 경우도 그렇다. 공립 학교 선생님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한 학교에 최대 5년씩 근무한다. 경기도의 경우엔 10년이라는 지역 만기 규정도 있다. 만일 어느 고등학교가 대입 실적이 좋지 못하고 평판도 안 좋다면 이제 바닥을 쳤다고 봐도 좋다. 아마도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나 선생님들이 학교를 좋게 만들려고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높고 내신 얻기 유리하다고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좋은 입학 실적이 나오고 학교는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이게 수년간 진행되면 다시 다수의 우수한 학생들이 치열한 내신 경쟁으로 입시 성과가 약해지고 호시절의 선생님들이 떠나는 시기가 온다. 그리하여 학교의 평판은 좋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고등학교가 좋다더라는 소문은 무조건 신뢰하기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들은 내 경험상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조심스레 밝힌다.

예전에 윤리적 선택에서 동기주의의 입장인 스토아학파나 임마누엘 칸트 등을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전한 말이 있다.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든 그 결과는 오직 신만이 아는 것이라 인간인 우리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 행위를 하겠다는 나의 마음(동기)밖에 없는 거 아니겠냐고. 인생에서 대등한 가치를 갖는 양자택일의 상황이 오면 정답은 오직 너 자신에게 있고 최고의 선택은 결정한 후에 뒤돌아보지 않고 그 선택을 밀고 나가는 것임을 오늘도 아이들에게 전하며 즐거운 상담 시간을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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