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미 교장의 교육칼럼/ 교사들이여, 등을 빌리고 손을 맞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자!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9.11 06:03
의견
0
새벽에 유투브로 추적 60분을 봤다. 교사들이 이렇게 무력할 수 있다니. 학부모들이 이렇게 막무가내일 수 있다니. 오래전엔 촌지와 치맛바람으로 학교 현장을 혼탁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패악과 행패. 교사를 질질 끌고 가서 때리기까지 하는 학부모라니. 그런 학부모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하는 교감이라니. 그 교감이 교장이 된 학교에 피해교사를 발령내는 교육청이라니.
민원당사자가 되어 그런 일을 당하면 정말 정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당사자가 아니고 심각한 일이 아니어도 안하무인으로 고성을 지르는 민원인을 대하고 나니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는데..
최근 5년간 학생 822명, 공립학교 교사 100명 자살. 이 충격적인 숫자를 보라. 죽은 숫자가 이 정도면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얼마일 것 인가. 학생이 불행한데 교사가 행복할 수 없고 교사가 불행한데 학생이 행복할 수 없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죽어 나가는 교육 시스템. 근본을 바꾸려면 정치적 해결밖에 없는데 정치꾼들은 뭘 하고 있는가. 거리에 나붙은 국회의원들의 현수막들엔 상대 당에 대한 조롱과 혐오만 넘칠 뿐이다. 교사를 정치적 금치산자로 두니, 제대로 정치 교육을 받지 못해 이 나라의 정치 수준이 이 모양이다.
교육이 서비스직이 되어 학부모가 갑이 되고 교육청도 관리자도 학부모에게 쩔쩔매는 이런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천박한 가정교육을 바로 잡아줄 곳이 공교육 학교이건만, 교사를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팽개쳐 두는 국가라니.
이렇게나 못 살겠다고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정시확대니 뭐니 입시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치권. 수능같은 국가시험이 강화될수록 학교와 교사가 무력해진다는 것을 그래서 자퇴생만 늘어난다는 것을 당국은 정녕 모르는 것인가. 대학의 서열화를 폐지하고, 시대에도 맞지 않는 문제풀이 시험을 바꾸고, 학교와 교사의 위상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 교사의 전문성을 높일 방안도 포함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교사와 학교가 정당한 권리와 힘을 가지고 좋은 교육을 하려면, 학교가 참된 의미의 배움공동체가 되는 길밖에 없다. 교사의 협력 문화, 함께 학습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이렇게 홀로 고립된 싸움을 하다가 무너지지 않는다.
교육에 문외한인 정치꾼들, 교사에게 정치적 자유를 허하라. 교사가 정치적 자유를 얻는다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지 않는다. 학생을 편향된 이념교육으로 끌고 가지도 않는다. 이 시대의 학생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똑똑하다. 교사가 말한다고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 제 새끼 지상주의에만 빠져 있는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짓누르게 두지 않으려면, 교사의 위상을 높여라.
초등교사, 2000년대 초반 전교 1, 2등 하는 학생들이 교대에 진학했다. 솔직하게 그런 현상이 별로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았다. 너무 일찍 안정성만 추구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이렇게나 교직이 불안정한 곳이 될 줄이야.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패대기쳐질 줄이야.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 있을 나의 제자들, 꿋꿋하게 당당하게 살아남아라. 갑질하는 학부모를 관리자도 교육청도 도와주지 않으면 바로 고소를 해라.
공교육은 사익 추구를 위한 서비스직이 아니다. 양식 있는 시민을 기르는 정부기관이다. 학교가 시정잡배만도 못한 행패가 허용되는 곳에서 어떤 시민교육이 가능할 것인가. 콜센터 직원들에게도 그 정도의 막말을 하면 그냥 두지 않는 세상에, 그렇게나 금쪽같은 당신들의 자식을 돌보고 가르치는 교사들이 어찌 이리 당하며 살았는가. 마침내 죽어나가는가.
저작권자 ⓒ 중앙교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