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토목팀이 철수하고 주말을 포함해서 5일 동안 현장은 휴무했다. 기초 콘크리트만 홀로 현장에 남아 양생養生의 시간을 가졌다. 양생이란 본디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몸 관리를 잘한다는 뜻인데, 콘크리트 양생이란 콘크리트를 타설 한 후 완전히 굳을 때까지 충분히 굳어지도록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작업으로, 콘크리트가 온도나 습도, 충격 등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기까지 비닐이나 거적 등을 덮어 노출면을 보호하거나 적당한 수분을 뿌려, 균열이나 동결 등을 방지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열풍 작업 등을 통해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양생은 콘크리트 이외에도 건축물이나, 각종 시설물 등에서도 양생 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시설물이나 건축물을 만든 다음 일정 시간 동안은 사용을 자제하고 튼튼하게 굳도록 하는 것이다.

양생은 콘크리트가 굳어가는 과정이지만 결국 물과 시멘트와 철근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자기의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각자의 본질을 버리고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물체가 될 때까지 참아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이렇게 참아주고 기다려 준 토대 위에서 지어지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자기를 포기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화합물의 존재가 되어서 살아갈까?

5일 만에 목조팀이 들어왔다. 건장한 체격의 6명을 한 조로 한 목조팀이 들어와서 우선 기초 콘크리트에 붙은 거푸집을 걷어내서 한쪽에 쌓고 곧이어 들어온 목조 골재 자재를 집 옆 한쪽을 비워 쌓는다. 6.5톤 트럭에 실려온 목재의 양이 엄청나다. 지게차의 부지런한 움직임에 따라 많던 목재가 트럭 위에서 지상의 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지게차 시험에 떨어진 내 눈에는 목재가 아니라 지게차 기사의 동작만이 눈에 들어온다. 이틀 동안 목조팀은 토대 쌓기와 수평잡기, 밑깔도리에 주력했다.

토대작업은 기초 위에 건물 벽을 위한 먹선을 놓고 머드 씰을 깐 후 토대용 방부목을 놓는 일이다. 머드 씰을 까는 이유는 콘크리트에서 올라오는 수분을 차단하기 위함인데, 그래도 미덥지 못해 습기에 강한 머드 씰 위에 방부목을 한 겹 더 세우는 작업이다. 방부목은 다른 목재에 비해 색깔이 검기 때문에 금방 구별이 된다. 그러고 나면 방부목 위에 목재 두 층 올리는 밑깔도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수평잡기를 한다. 기초 콘크리트 작업할 때 최대한으로 수평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수평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수평계로 재면서 대패질을 하고 수평을 잡는다. 계속 쌓이는 대팻밥 위로 좌우 상하 수평이 잡혀 간다.

모든 것에는 기초가 중요하다. 기초란 무엇인가? 기초란 결국 오래도록 기다리는 것이고 마음과 현실의 수평을 잡는 것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수학의 정석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마음의 기초 공부를 하지 않은 탓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