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중학교 철학 저자)

하나의 상황에는 언제나 상반되는 상황이 준비되어 있다.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겨우, 또는 희미하게 터득한 사실이다. 나 보다 먼저 퇴직한 분들의 솔직한 소회를 나는 잘 듣지 못했다. 대부분 ‘좋다’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다. 하기야 퇴직 이후에 그분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기도 했다. 막상 내가 퇴직을 해 보니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다. 어제의 느낌, 불안, 압박 등이 요 며칠 나의 감정이었음을 고백한다.

아이작 뉴턴의 운동 제1법칙, 즉 관성의 법칙은 이렇게 설명된다. “A body remains at rest, or in motion at a constant speed in a straight line, unless it is acted upon by a force.” ("물체는 힘에 의해 작용하지 않는 한, 정지 상태를 유지하거나 일정한 속도로 직선으로 움직인다.") 내가 물체이고 나에게 38년의 힘이 작용하므로 나는 계속 그 상황을 유지하려 하지만, 그것을 강제로 멈추니 중력이 나의 멈춤을 무시하고 모든 것이 앞으로 쏠리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멈춰야 하기 때문에 역시 뉴턴의 제3법칙 작용, 반작용에 의해 내부적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나의 내부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과 스스로 멈춰 세우려는 힘이 서로 작용하는 기묘한 상황을 며칠 째 넌지시 관찰하고 있다. 가끔은 평화를 무너뜨리려는 에너지와 평화를 유지시키려는 에너지의 균형 상태가 무너지면, 마음의 문제가 육체적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오늘은 어제 보다 많이 좋아졌다.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을 믿는다.

도덕경에서 노자의 말씀은 현재 내 상황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둘러 둘러 생각해 보면 마침내 비슷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한다.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고지소위곡즉전자 개허언재! 성전이귀지.) 옛말에 굽히면 온전해진다는 것이 어찌 허언일까! (굽히면) 진실로 온전히 돌아가노니.(도덕경 22장 부분) “曲則全(곡즉전)”은 사실 처음부터 노자께서 창안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이미 있어온 격언이나 준칙에 해당하는 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살아오면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보편적 삶의 진리였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도덕경』의 내용 대부분이 노자 개인의 독특한 경험이나 독창적인 서술이라기보다는 그때까지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들이 노자라는 걸출한 인물에 의해 모아진 형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曲則全(곡즉전)”과 비슷한 구조로 앞부분에 있는 “枉則直(왕즉직)”, “窪則盈(와즉영)”, “幣則新(폐즉신)”, “少則得(소즉득)”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며칠 나의 심리 상황은 굽고, 구부리고(曲, 枉) 패이며(窪) 낡은(幣) 것이었는데 다시 조금씩 온전해지고(全) 차오르며(盈) 새로워지고(新) 있는 것이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