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초등학교 교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초등학교 교직경력이 32년인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그리고 저는 교사이기 이전에 세 자녀를 둔 아빠이고, 한 여자의 남편입니다. 세 자녀를 기르면서, 그리고 32년 동안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리고 수많은 학부모와 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끝으로 저 자신과 동료교사들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1. 교사를 믿고 학교교육을 과감하게 맡겨주십시오.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꾸준히 이야기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주아주 약간의 업무를 줄였지만 또 다른 업무들이 더 많이 생겨나곤 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교사를 믿지 못하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올해에 저 혼자서 맡은 업무가 (생활교육, 학교폭력예방, 학생정서행동, 인성교육, 상담, 인권, 민주시민, 학생회, 종알종알동아리, 학부모회)입니다. 개학하여 3월21일까지 21일 동안 공문을 60개 접수했고 아직 접수하지 못하고 쌓아 놓은 공문이 6개 그대로 있습니다. 제가 처리한 공문이 자료집계와 내부기안, 발송한 기안까지 20여 개 됩니다. 어떤 공문은 2-3분 만에 접수할 수 있지만, 어떤 공문은 수 십 페이지나 되는 첨부 파일을 읽느라 한 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자료집계와 내부기안, 공문을 발송할 때도 마찬가지로 짧은 것은 몇 분만에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학생회 임원 선거는 계획부터 선거를 마칠 때까지 2주일 동안 진행해야 하고, 수시로 여러 가지 준비와 활동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평균 18~19시에 퇴근합니다. 당연히 학교에서는 수업연구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업무가 많을까요? 말씀드렸듯이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교사를 믿지 못하고, 교사를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할 일만 제시하고,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과 생활지도를 어떻게 할 지는 전적으로 맡겨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교육청은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폭력예방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부적응 학생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주세요’라는 안내만 간단히 하면 나머지는 교사가 알아서 학교 사정에 가장 알맞게 계획하여 실천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는 교사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말 그대로 ‘지원’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즈레 짐작으로 교사에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여 이거 하면 좋다니까 해봐라, 저거 하면 좋다니까 해봐라 .......등등 필요없는 것까지 시키거나 권장하고 심지어 그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모두의 업무가 과부하가 생기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잘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 능력이 됩니다.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자꾸 간섭하니까 교사들이 못하는 것입니다.
아주아주 쉬운 예로 엄마나 아빠가 지나치게 잔소리하거나 지나치게 간섭하는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무엇하나 할 때마다 엄마와 아빠에게 해도 되냐고 묻습니다. 심지어 화장실 가서 오줌 싸도 되냐고까지 묻습니다. 절대로 과장이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엄마(아빠)의 허락을 들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교사가 바로 잔소리와 간섭이 많은 부모님의 자녀처럼 무엇 하나 허락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와 같은 처지입니다. 당연히 창의적이거나 자발적이거나 주도적인 행동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2. 교사가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게 하려면 교사의 전문성을 믿고 맡겨야 합니다.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은 로봇을 가르치듯 정해진 시수만큼만 가르치면 됩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습니다. 학생들마다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 다릅니다. 그러니까 각 교과서의 진도표와 배정된 차시대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어느 차시는 한 시간 동안 가르칠 것을 두세 시간 동안 가르쳐도 모자랍니다. 어느 학생들은 오늘 배워서 조금 이해하는 듯하다가도 내일은 하나도 모릅니다. 그러면 교사는 다시 가르쳐야 합니다. 따라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각 교과서를 1년 동안 몇 시간씩 가르치라고만 정하고, 어느 단원을 몇 월에 가르칠 것이냐라거나 어느 단원을 몇 차시 동안 가르칠지는 교사에게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보공시와 교사교육과정에서는 교사들에게 어느 단원을 몇 월에 가르칠 것인지, 무슨 내용을 몇 시간 가르칠 것인지 차시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학교현장에서 도저히 지켜지지 못할 것을 정보공시에서는 그리고 교사교육과정(이거는 학교장 요구사항임)에서는 매년 연간 교과진도계획과 평가계획을 작성하라는 명분으로 교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학교와 학생들 상황에 따라 적절히 자유롭게 지도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에 나와있는대로만 각 교과 총 수업시수만 제시하고 그 이상으로 지나치게 세세한 계획을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세심한 계획은 교사만 갖고 있으면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수시로 수정할 일입니다.) 그래야 교사가 가장 창의적으로 자율적으로 주도적으로 학생들 상황에 적절하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또한 교사의 전문성과 주도성, 자기 존중감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3. 학부모 교육은 교육청과 교육부가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 유튜브, 각종 학부모연수 등을 통해 연중 수시로 실시해야 합니다. 학교나 학부모 업무담당교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제가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요즘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지도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는 많은 부모가 잘못된 자녀관과 양육관, 교육관을 갖고 있어서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부모 위주로 생활하여서 ......부모가 새벽에서야 잠들어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까 그 자녀(학생)들도 덩달아서 새벽에서야 잠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지각하거나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경우가 무~척 흔합니다.
어려우시더라도 남은 임기 동안 진정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의 행복을 위하여,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관심을 집중하여 주시고, 또 ‘통큰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하지 못하십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