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차니 시장의 여인들


늘 여행의 저녁은 다음날 날씨를 걱정하며 마무리하게 된다. 내일은 해발고도 4000m 이상의 알티플라노 고원지대로 가는데 날씨 걱정이 앞섰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알티플라노 고원으로 출발하기 전 콜차니 마을의 시장에 들렸다. 어느 나라나 재래시장은 비슷한 것 같다. 촐리타를 입은 아주머니들이 옥수수와 망고와 용과 등을 앞에 놓고 팔고 있었다. 몇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알티플라노 고원을 향해 출발했다.

해발고도 4000m 이상에 펼쳐진 광활한 알티플라노 고원은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곳이었다. 멀리 설산은 눈을 찌를 듯하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수식어가 필요 없는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 보여 주었다. 설산 앞에 나앉은 민둥산은 제주도의 오름을 닮아 편안해 보였다. 시원하게 뻗은 길엔 차 한 대 지나지 않아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냈다. 들판에는 처음엔 키 작은 관목이 나타나고 얼마를 달리자 올라갈수록 잎이 작거나 바늘처럼 가는 잎을 가진 식물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퀴노아 농장


고도가 높은 곳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식물들을 보며 생명이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를 가다 붉은색의 퀴노아를 재배하는 곳이 보였다. 울타리가 쳐져 있고 알파카 등 동물들이 먹지 못하게 펜스를 치고 헝겊으로 표시해 놓았다. 우리네 시골논에 서 있는 허수아비가 생각났다. 여행하는 동안 소화가 안 되고 힘들 때 먹었던 우리나라의 죽처럼 생긴 스프가 퀴노아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 크리스토발 마을의 선인장


초목 한계선에서 자란다는 이끼류와 선인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비가 오다 개다를 반복하고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보라색이 선명한 무지개가 민둥산을 배경으로 떠 있었다. 간헐천 옆에는 푸른 풀들이 자라고 있으며 라마보다 목이 가는 비쿠냐와 알파카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해발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비는 계속 내리고 몸은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나 알티플라노 고원 지대가 숨겨놓은 에메랄드빛 호수가 나타날 때마다 혹시 플라멩고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찾아다녔지만 한 마리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천연 온천에 내려서 손과 발을 적시자 몸이 따뜻해지며 어지럼 증세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올 땐 몸과 마음이 모두 젖어 있어서 피곤하다가도 멀리 소금사막 위로 부서지는 일몰을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차에서 내려 다시 사진을 찍었다. 붉게 타는 일몰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감동이다.

보라색이 선명한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