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용어가 재미있다. 우리 말과 일본 말이 섞여 있다.
다른 집 땅과 경계를 분명하게 위하여 경계석을 쌓는다. 땅을 평평하게 '나라시' 하고,그 땅에서 집이 앉을 부분을 정확하게 재고 표시한다. 이때 규준틀이 필요하다. 현장 용어로 '야리가다'라 한다. 집 앉을 자리가 정해지면 약 1미터 이상 넓이와 깊이로 터 파기를 한다. 터 파기 전에 지반의 강도를 점검하기 위한 지내력 검사를 완료해야 한다.
땅을 파고 기초 벽을 세우기 전에 얇게 콘크리트를 부어 평면을 바로 잡는다. '버림'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버리는 콘크리트다. 다른 말로 지반 콘크리트라고도 한다. 기본적으로 기초 벽을 작업하는 일꾼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만이 아니어서 기초 벽을 받쳐주고 건물의 구조체 역할로 사용된다. 또한 거푸집 설치 작업과 먹줄 작업을 용이하게 하며 구조물의 기초 터 파기 한 부분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안정시킨다.
건축부지도 '다짐'을 해준다. 골재를 깔고(안할수도 있음) 포클레인 궤도를 땅을 단단하게 다짐을 한다. 이후 땅 위에 비닐이나 PE 필름을 깔고 그 위에 스티로폼을 한 번 깔아주는데, 콘크리트 타설시 바닥의 골재나 흙이 수분을 흡수해서 콘크리트 강도가 안나오거나 푸석푸석해 품질 불량을 막아주고 지하의 습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하는 단열을 역할을 하게 된다.
기초벽의 거푸집이 완성되면 콘크리트를 타설하게 된다. 레미컨 차가 오고 펌핑 차로 좁은 거푸집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놓은 걸 가까이 보면 이것도 예술이다. 펌핑 차의 긴 관로로 멀리에서도 타설이 가능하고 한 사람이 타설기 입구를 잡고 운전기사는 단말기로 원격조정한다. 한 공정을 두 집이 함께 진행하는 것은 우리 건축주 입장에서는 비싼 장비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지만 일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강도 높은 노동이어서 일꾼 한 사람은 이틀 할 일을 하루에 한다고 툴툴거리다 가버렸다.
평소 기계의 쓰임이나 힘을 가까이서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지게차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계를 재발견해가고 있다. 엄청난 일을 해내는 포클레인(굴삭기)과 펌핑 차를 보고 혀를 내두른다. 그야말로 기계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