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귀촌/빗방울을 위하여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6.05 11:04 | 최종 수정 2023.06.05 11:15 의견 0

단 하루의 기습폭우에 대한민국이, 그것도 강남공화국이 가라앉았다. 도시는 높이로 증명받았고 높이와 외관은 돈으로 환산되었다. 군 공항의 활주로를 비틀기까지 하며 123층의 높이를 완성하였으나, 도시는 제 위로 쏟아지는 빗물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지는 못했다. 홍수와 가뭄을 대비한다는 4대 강 사업도 물의 직류와 저장에만 신경 썼지 강이 통과하는 주변 도시 내부의 빗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못했다. 도시는 불투수층의 시멘트 위에 건설된 바벨탑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이번 재해는 그동안 무시당한 빗물의 보복 인지도 모르겠다. 수재를 당한 슬픔과 정부의 무능에 대한 얘기는 여기서는 접고 이번 기회에 빗물에 대해서만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우리는 이번 폭우 피해를 통해 빗물을 다시 배워야 한다. 빗물을 너무 몰랐고 너무 하찮다고 무시했다. 우리에게 빗물은 너무 흔한 것이어서 빗물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지구와 기후에 미치는 긍정적 생태적 효과뿐만 아니라 빗물의 경제적 가치도 알아보지 못했다. 빗물을 잘 이용하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도 있다. 모아두면 돈이 되기도 한다. 물이 많이 필요한 세차장이나 목장은 그 효과가 더 크다. 우리나라 전역에, 서울 강남에 성난 듯 흘러가는 빗물들을 모으면 홍수도 예방하고 가뭄도 예방할 수 있다. 대형산불이 나면 마을 저수지나 호수에 가서 헬기로 물 퍼올 생각만 했지, 산골짜기에 평소 물을 모아둘 생각은 못했다. 강남의 대형건물들과 대단지 아파트에 대형 저수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어제처럼 저렇게 거리에 물이 차거나 급류로 골목을 휩쓸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강남은 도시 건설하던 처음부터 빗물을 모아둘 생각을 하고 지은 도시가 아니라 빼내고 버려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건설된 도시이긴 하다.

빗물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빗물은 산성인 것은 맞지만, 땅에 내리고 나면 금방 중성으로 바뀌기 때문에 대머리가 될 염려도 없다. 오히려 샴푸와 린스가 산성이 훨씬 강하다. 어떤 실험에서는 빗물에 머리를 감고 비교했을 때 머리카락 윤기가 훨씬 좋았다고 한다. 빗물이 더럽다고? 일본 사람들은 빗물로 차를 끓여 마시거나 목욕물로 쓴다고 한다. 빗물은 증류수로서 아주 깨끗한 물이다. 깊은 산 계곡물을 보면서 감탄하는 물이 바로 빗물이다. 우리보다 20여년 앞서 빗물 관리에 힘써 온 일본에서는 빗물을 ‘천수(天水)’라 한다. 하늘물이라는 뜻에서 신성함마저 든다. 빗물로 농사 짓고 산에 나무들이 잘 자라듯 조경수 역시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빗물을 사용하는 것이 성분면에서 훨씬 좋다고 한다. 지하 저류소에 모아 둔 빗물은 무더운 여름에도 온도가 낮아 그것을 통해 여름철 주택에 냉방효과를 주고, 음식점에서는 변기와 세정수로 활용하며, 실제 어떤 마을의 떡집은 쌀 씻는 물(씻어낸 물을 버리지 않고 그것을 농사에 활용)로 이용하여 스토리텔링이 있는 떡집이 됐다는 사례도 있다.(물론 식수로 이용할 때는 중수시스템을 거침)

시멘트 콘크리트 인공 어항식 하천 관리도 문제가 많다. 비가 오면 어항으로 물이 차오르고 땅 속으로 물이 스미지 않는다. 지하수 체계도 왜곡시킨다. 빗물이 스며들 여지가 없는 도시건설은 재고되어야 한다. 투수성이 없으면 국지성 호우나 폭우 때면 도시는 물에 갇히고 만다.

우리 눌노리 평화마을은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삼았다.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하여 전기와 냉난방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마을에 떨어지는 빗물을 한 방울도 허투루 흘러가지 않도록 물모이를 하기로 했다. 마을에 떨어지는 물을 35톤 저수조에 모아 겨울을 제외하고 일 년 내내 24시간 마을 안 길을 흐르도록 수로를 만들기로 하였다. 보통 집을 지을 때 우수관을 지하로 묻어 밖으로 빼내도록 설계하고 있으나 우리는 우수관을 지상으로 들어 올려 마을 경관 및 온도, 습도 조절용으로 마을을 순환하게 하고 중간중간에 수조를 설치해 물을 빼서 청소를 하거나 가로수에 물을 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각 가정에서는 지붕을 통해 자기 집에 떨어지는 빗물을 1톤짜리 빗물 저금통에 모아 화장실이나 외부 청소 용수로 쓰거나 조경 농수로 쓰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상당량의 상수도 사용량과 요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 관리법에 의해 빗물 이용에 대한 정부, 지자체의 권장과 독려도 늘고 있다. 수원시나 광주광역시 등의 시행 성과가 돋보인다. 아쉬운 것은 대개 공공기관 외에 민간기업의 실적이 약하다는 것이다. 파주도 관련 조례가 있으나 실행 업적은 전무하다. 시범사업 등을 통해 빨리 확산할 필요가 있다. 돈이 되는 사업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의 명분 또한 만땅인 사업인 것이다.

혹시 파주 시장님, 의원님. 공무원님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 크게 발심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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