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충렬고등학교 학부모 독서모임 소개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6.04 08:42 의견 0

조향미 교장

학부모독서모임이 올해 더욱 재미있다. 인원도 많이 늘어서 전체 인원은 20여명. 올해는 1학년 어머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다들 무척 적극적이고 대화도 섬세하고 진지하다. 꼭 학부모가 아니라도 시민들이 이런 학습 모임에 대한 내적욕구가 크다는 것을 발견한다. 서울에는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회원이 7만명으로 잘 나가는 벤처기업 수준이란다. 이렇게 자발적 배움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 만덕고에서 혁신학교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부모독서모임을 해 왔는데, 퍽 괜찮았다. 교육청에서 씨앗동아리로 예산지원받고 책을 사주면 참여도와 독서력이 더 강해진다.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국민들의 수준을 높이는데 쓰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일이다.
책은 주로 내가 추천하는데, 4월에는 백석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고. 5월엔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선정하여 이번 월요일에 저녁에 모였다. 백석은 지금의 학부모 세대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시인이라, 약간은 문학수업같은 방식으로 끌어갔다. 정지아 소설은 회원들의 이야기가 아주 풍성하여 나도 꼭 같은 독자로 참여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각각 민들레 씨앗이 되어 좋은 벗들과 독서모임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제일 기쁘겠다. 모임을 마치고 단톡방에 올라온 소감 몇 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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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안녕하세요.
늦은 저녁 글을 올릴 수가 없어서~ 지금 올립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백석시집 덕분에 잠자던 감성이 다시 태어난 느낌이였습니다. 평안북도 방언으로 시를 이해 하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한두편씩 각자의 백석시에 대해 견해를 잘 표현해주셔서 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주의 한부분인 한점이거나 스쳐지나가는 한 줄기 빛일수는 있으나 감정의 표현이나 삶의 방식에서 그 의미를 두고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것에 대해 사고하는것은 아주 소중한 몸부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다행복 독서모임으로 오랫만에 소중한 몸짓이 시작된것 같아 감사하고 기쁜시간이였습니다.^^

* 백석 시집을 처음 접했을때는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시라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에 접하는 것인데 익숙치 않은 단어들은 오랜시간 잊고 지내던 시와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듯 했습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 그리고 어머니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혼자서는 막연하기만 했던 시의 감성과 내용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런것이 독서모임의 매력이구나 싶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에 나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는 제 가슴에 잊혀지지않을 상징으로 각인될것 같습니다. '고통은 생을 탐구하라는 신호다! '라는 문장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생을 탐구하는 하나의 과정속에 독서모임을 두고 열심히 도구로 이용해보려 합니다. 어머니들의 다양한 견해와 인생살이 경험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핵심적인 가이던스는 앞으로 저에게 많은 의미와 에너지로 다가올것 같습니다. 소중한 시간 함께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 오래간만에 문학소녀가 된 기분으로 한주를 보냈습니다
인물 이름 외우며 줄거리 따라가기 바쁜 소설이 아닌 시가 주는 여유와 사유의 시간을 만끽하며 짬만 나면 시집을 꺼내들었습니다
읽기만하기엔 너무 아까운 단어와 문장들이어서
몇몇 시는 필사를하며 더 집중해서 빠져들었습니다

사랑꾼인듯했다가 세상 제일 우울한 낙오자인듯 했다가
신의주, 통영,만주,경성,일본 역마살 가득한 방랑자인듯 했다가
타인을 관찰하듯 자신도 관찰하는 도인같은 관찰자이면서
어린시절을 되뇌이며 그리워하는 어른아이같은 백석을 만나며
같이 웃고 울고 흐믓해하고 마음 아파하고 설레며
잠시 백석시인의 마음을 나눠가졌습니다.
(...중략...)
교장선생님처럼 저도 백석 시인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가까이두고 종종 꺼내 필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요즘 만년필을 사고 글쓰기 연습을 하던 참에 좋은 시집을 알게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공감 할 거리가 많은 어머님들과 교장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게되어 낯설지만 설레고 또 부담됩니다^^
스스로 성장할 수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걸로 만족하렵니다

* 단비가 내려 좋은 하루입니다.
2시간을 쉼없이 달려도 열정 가득한 교장선생님과
책을 읽은 감상을 이야기하시는 어머니들
한 편의 시를 이야기하시는 어머니들의 열정에
아, 이래서 이 분들이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구나,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석이라는 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더욱 좋았구요..
물론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겠지만 어제 받은 감동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저 또한 좀더 진지한 마음으로 이 모임에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는 하루였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 1940년생 시아버님의 푸념섞인 옛날 이야기에 늘 등장하는 여순반란사건에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순사건에관한 이야기라는 책 소개를 듣고 관심을 갖고 있었고 결국 독서모임 덕분에 읽게 되었네요 ^^
독서모임이 아니였다면 유튜브 책소개 영상 몇개보고 넘어갔을거예요. 다 읽고난 지금은 그러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네요

길지 않은 소설은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게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과거 청산하지 못했던 한국의 역사, 그러므로 직면한 현대 사회를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역사의 무거움을 빼고 읽어도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어 졌습니다.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가 다 있네요~~깡총!
제가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워서 소설에 집중을 못하는데
이번에도 한참 읽다가 황사장이랑 박동식씨랑 윤학수랑 막 헛갈리고 그랬답니다 덕분에 스티커 가득한 책이 되고 말았고요
혼자라면 한달에 한권 못읽는데 덕분에 매달 한권씩 읽게되니 보람됩니다~~6월도 기대돼요^^

* 문재인전 대통령님의 책방에서 소개되기도 했고 유시민 작가님도 소개 한바가 있어 읽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아셨는지 이번 독서 토론책이 아버지의 해방일지여서 기쁜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되었습니다. 첫 독서책이 고등학교때 국어시간이였다면 이번은 공부하다 잠깐잠깐 아님 방학때 쉼표를 가지고 읽을수 있는 책이였습니다. 하지만 책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예전 제사 명절때마다 빨갱이 친척이라며 다툼이 오갔던 우리집과 친구집들 생각, 아직도 그 오해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의 그 앙금의 시감으로 인해 서먹함과 친척과의 단절은 그 시대가 준 생채기와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례식이라는 어둡고 침침한 소재가 문상객들의 이야깃거리로 재밌고 심심하지않게 풀어나가며 그 속에서 아버지를 이해해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책한권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실로 작가의 위대함을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작가의 다른책이 궁금해지기도 했구요. 마지막에 아버지의 유골이 머리에 내려앉을때 작가의 감동은 지금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끝으로 이책을 통해서 역사을 왜 배워야하는지에 대해서 가정과 학교 매체가 모두 노력해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야하는 것이 문화갈등 세대갈등 다가올 미래에 갈등을 풀어나갈 해답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며 부모로서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독서모임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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