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귀촌/어쩌다 마을살이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20 09:40 의견 0

퇴직하면 전국을 2년씩 5번 유랑하면서 살기로 했다. 그래도 삶이 남아 있으면 미련 없이 아이들에게 부담 주지 말고 양로원(요양원)에 가기로 했다. 제주, 구례, 통영, 무주, 속초. 산을 좋아하는 나와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가 합의한 장소와 순서였다. '무소유'의 이상을 실천한다는 거룩한 뜻은 아니지만, 더 이상 부동산을 사고파는 자본주의 질서에 벗어나서 살고자 하는 단순한 꿈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내가 원하는 것은 한 번도 실현해 보지 못한 지금까지처럼 자유를 갈구하는 내 발목을 잡았다.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의 <노자 공부모임>을 지도하는 철학교수가 자기가 참여하는 <평화공동체 마을>에 독일에서 계신 분이 귀국 일정에 차질이 있어 한 자리가 비게 되었다면서 내 의견을 물었다. 우리는 따로 계획이 있었으나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내는 뜻밖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내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집까지 내어주게 되었던 경험 때문에 파주를 빨리 떠나고 싶었던 아내였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전국 유랑 계획은 깨지고 우리는 파주에 남게 되었다.

마을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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