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의 봄/ 우남정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2.11.20 12:11 의견 0

우남정 시인의 시집 『뱀파이어의 봄』이 시작시인선 044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2008년 『다시올文學』 신인상 수상과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등을 상재한 바 있다.

해설을 쓴 이성혁(문학평론가)은 “우남정 시인은 우리의 삶이 죽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인식한다”. “우리는 대개 삶에서 삶만 읽고 죽음을 읽지 않는다. 가령 음식에서 우리는 죽음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우남정 시인은 음식이 ‘주검’에 다름 아니라고 인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시인의 인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주검을 먹는 삶은 죽음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 삶이 죽음을 통해 형성된다고 할 때, 삶 속에는 죽음 역시 자라난다. 죽음이 삶을 형성시키듯이 삶 역시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삶이 죽음에 다다른다면, 그 죽음은 또 다른 삶을 형성시킬 것이다. 이를 시인은 이 세상의 모든 존재자들이 따르는 삶의 원리로 인식한다. 그래서 시인은 ‘누군가의 주검을 먹고 누군가의 죽음이 자라난다’고 쓴다. 하여 죽음은 사랑을 현현시킨다”며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우남정 시인의 작가적 비전을 설명한다.

추천사를 쓴 유종인(시인)은 “우남정의 시편들”은 “삶을 향한 우정이 돈후하고 흩어지려는 사랑을 결속하는 눈길이 당차고 끌밋하”며 그의 눈길에 “시음詩吟 아닌 것이 없다”고 이번 시집을 상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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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소우주에 절친한 것들과 무람한 것들이 넘나들며 우리를 낯설게 깨우기도 하고 친근하게 깊어지기도 한다. 먼 곳과 지척이 때로 하나의 숨결을 갈마드는 가운데 영원과 오늘 하루의 만남이 찰나적이지만 또 돈독하다. 우남정의 시편들 속에는 이런 삶을 향한 우정이 돈후하고 흩어지려는 사랑을 결속하는 눈길이 당차고 끌밋하다. 지극한 것들 곁에 날림으로 떠도는 갈마羯磨들을 다독이는 습습한 속종은 때로 우울한 듯 찬연한 슬픔의 꽃들을 품고 시과詩果를 맺어 간다.

때로 허망한 삶인데도 이렇듯 구성진 건 시도 한 몫이 있어 뵌다. 그런 서슬에 시들은 웅숭깊은 눈망울과 그렁그렁한 눈시울을 하고 불려 나와 시인과 한 몸이 되고자 한다. 불민한 일상의 미망迷妄과 허우룩함을 명민한 기꺼움으로 손 이끌어 가는 것이 우남정의 시적 마련이다. 불우한 것들에 사랑의 물조리개를 기울이는 것이 그녀의 늡늡한 속종이려니 싶다. 시르죽던 것들이 다시 깨어나 서로 숨 냄새를 맡자고 한다. 다감한 눈길이다, 겨울 우레 소리에 봄 수선꽃 봉오리가 터지듯 도처에 우남정의 눈길, 그 시음詩吟 아닌 것이 없다.
―유종인 시인의 추천사

◇우남정/ 충남 서천 출생.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08년 『다시올文學』 신인상 수상,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돋보기의 공식」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2020년 아르코문학나눔도서 선정) 등이 있음. 김포문학상 대상 수상,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수상.

<뱀파이어의 봄> 우남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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