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테우 해변에서/ 하무뭇

하무뭇 승인 2022.10.18 07:20 의견 0

붉은 조랑말이 흰 말을 쫒아서 갔다
바다를 등진 구름이 하늘에 떠있는
것이 아니라, 뗏목이 머무는 동네였다
성게미역국에 고래의 수염이 보였다
한치잡이 배가 밤새 켜놓은 집어등이
눈썹에 달라붙어 잠을 설치게 했다
서핑에 지친 아가씨들이 해안선에 눕고
파도에 취한 나는 술기운이 돌지 않았다
수평선에 굽은 등을 기댄 노파가
아침마다 취객이 버린 소음을 주웠다
나는 잠시 바람처럼 방파제를 떠나
대문이 파란 주점을 밀고 들어갔다
이방인들이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소라 껍데기에 잔을 채우고 있었다
등대 아래 모자를 쓴 사내가 보였다
문득 물보라에 시간이 흔들리고
말 두 마리가 노을 한자락을 펼쳤다

이호테우 해변의 조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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