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전라도 덕유산 아래를 돌고 돌아

장수 무주 금산 보은 영동 옥천

좁디좁은 산골짜기 핥고 적셔

남쪽에서 북쪽으로 치고 돌아

마침내 부강芙江 어디쯤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낮은 땅

서쪽 넓은 들판을 찾아 흐르는 것이다

한주먹 모 꽂을 한 평도 되지 않는

산골짜기 된비알 이곳저곳

오로지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

울음처럼 가만 가만히 땅끝을 적시고

농사꾼 퍽퍽한 가슴을 어루만지며

조용 조용히 제 갈 길을 잡아 왔지만

누르면 눌리고 때리면 맞던 백성들

더 이상 참지 못해 제도와 현상을 넘어

인내천人乃天 새길을 낸 갑오년처럼

때로는 공산성 공북루 목을 날리고

물살을 몰아 강둑을 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