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2026년도 온통 언론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AI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AI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문명적 경계선 위에 서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누가 AI를 더 잘 쓰느냐”라는 기술 숙련도의 문제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오늘날 AI가 만들어내는 양극화의 본질은 기술 접근성의 차이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에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 구조를 확장하는 장치가 되었다. 질문을 구조화하고, 문제를 재정의하며, 복잡한 정보를 맥락화할 수 있는 사람에게 AI는 ‘지적 증폭기’로 작동한다. 반면 기존의 학습 방식—정답을 외우고 절차를 따르는 사고—에 머문 이들에게 AI는 오히려 무력감을 안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간 역량 격차는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기획자,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AI를 활용하면 못하는 게 없다”는 표현이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이 특별히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AI를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동반자로 조직할 수 있는 사고 체계를 이미 갖추었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교육이 여전히 과거의 인간을 길러내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AI 사용법을 가르치려 하면서도, 정작 AI가 요구하는 질문 능력, 맥락 이해, 판단과 책임의 사고는 충분히 훈련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간극이 바로 교육이 양극화를 완화하기는커녕 가속시키는 이유다. 따라서 AI 시대의 교육 개혁은 단순한 교과 개편이나 첨단 디지털 도구 도입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교육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 다시 말해 ‘지식 전달 교육’에서 ‘사고 설계 교육’으로 이동해야 한다. 여기서 AI 리터러시는 기능 교육이 아니라 철학 교육에 가깝다는 것이다.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 AI의 답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인간의 판단은 어디에 개입해야 하는가...등을 묻는 훈련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의 목표 역시 재정의되어야 한다. 모든 학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체계는 AI 시대에 오히려 불평등을 고착화한다. 이제 교육은 개인의 사고 경로를 진단하고 확장하는 맞춤형 지적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평등한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 역시 AI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철학이다.
AI는 우리 사회에 냉정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생각하는 인간인가? 아니면 지시를 기다리는 인간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미래를 넘어 사회의 구조를 결정할 수 있다. 교육이 이 질문을 외면한다면, 양극화는 기술이 아니라 교육의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AI가 아니다. AI 시대에 걸맞은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 혁명이다. 사고를 훈련하지 않는 교육은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격차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진짜 혁명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재설계에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AI 3대 강국”을 표명하며 “AI 시대,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늦는다”라고 우려를 강조하기도 했다.
전 국민을 향한 AI 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 특히 퇴임한 교육자를 재교육하여 그들에게 사회 원로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맡기자. 물론 여기에는 AI 관련 인간의 철학과 도덕적, 윤리적 사상 정의 및 재설정의 필요성이 병립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급등하는 AI 관련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세상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르칠 교사나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과학자’ 양성을 넘어 해외 인재의 유입과 함께 우리의 AI 교육이 소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국가 정책의 실행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 교육이 어렵게 길러낸 AI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뼈아픔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제 교사 양성체계에서부터 예비교사에게 AI 관련 자격증을 의무화하고, 노령층을 상대로 AI 교육을 강화해 2대, 3대로 이어지는 격대교육을 발판으로 AI 실용 교육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