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우 작, '숲속의 길'

이응우 작, '가을 소나타'



아침 일찍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아침이다.'숲미술센터'는 더이상 외진 곳이 아니었다. 정문 앞에 과거 미군이 주둔했던 곳을 개발하여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입주했으며 길가에 차와 사람의 왕래가 빈번해졌다. 왠지 낮설은 감정이 들어 조심스레 길건너 모퉁이를 돌아 늘 다니던 길로 작품이 있는 숲으로 향했다. 가끔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은 변함이 없었으나 철망 안쪽 미군이 주둔했던 곳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전에는 텅빈 미군들의 막사가 줄지어 있었고 어느 담벼락에는 '사랑'이라고 한글로 또렸이 쓴 것도 남아 있었다. 아마도 미군 속에 한국사람(저들 말로는 김치 GI/Garvernment Issue)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저런 회상을 하며 숲속에 다달아 제일 먼저 나의 작품을 찾았다.

이응우 작, '잃어버린 나무'


2022년 설치했던 작업인데 비교적 온전히 버티고 서 있었다. 그무렵 오랜 가뭄으로 많은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나의 '잃어버린 나무(The lost tree)'는 한 남자가 언덕 위에 있었던 나무를 회상하며 끌어 안고 있는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그해 작업 도우미였던 크리스(Chris)는 매우 영특한 아이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어려서 독일에 입양되었던 한국인 이었다. 아마도 그 소년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온 나를 돕기로 했을 것이다. 처음 소개 받고 쪼그만 중학생이라 작업에 도움이 될까 염려되었는데 일을 하며 그의 영특함에 반했었다.

숲속에는 그밖에도 수 십 점의 작품들이 요소마다 얼굴을 내밀 듯 마주했다. 내 작품 이웃으로는 독일의 로저 리고스와 스페인의 조르디가 있었다. 공원 안의 작품들은 어떤 경우는 오래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듯 하거나 또는 오래 되었지만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었다. 공주의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을 생각하며 이곳에서처럼 우리의 자연미술공원이 공주시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는 날을 기대해 본다.

독일 작가 로저 리고스의 작품

네덜란드 작가 후레디 백크만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