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의 작품

어니스트의 작품

우여곡절迂餘曲折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로 뒤얽힌 복잡한 사정이나 변화'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날이 복잡한 그물 속으로 얽혀들어 그 흐름과 맥락을 꿰뚫지 못하면 사소한 일조차 마치 그물에 걸린 꽃게처럼 겁먹고 허둥대다 실기하거나 낭패를 보게 된다. 요즘 같으면 차라리 아날로그 시대가 그립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시간보다 더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기에 하는 말이다.

최근 캐나다 예술 단체와 교류 프로젝트로, 캐나다 작가들의 방문이 지난 5월 중 3주 간 공주의 야투센터에서 진행되었다. 공주를 중심으로 충남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돌아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 및 창작한 후 연미산 자연미술 공원에 전시하였다. 이제 6월엔 우리 야투작가들이 캐나다를 방문할 차례가 되었다. 항공권 예매 등 절차가 이미 오래 전 끝난 일이라 출국만 기다리고 있었다.

출국 전날 밤 9시 전화벨이 울렸다. 동행하는 한 작가의 급전이었다. "선생님 인터넷 체크인 하다 알게 되었는데 비자가 있어야 된대요. 신청하려니 72시간 안에 결과가 나온답니다." 라고 해서 핸드폰으로 '캐나다 비자 신청'을 찾아 들어가 모든 사항과 결재할 BC카드 번호 등 차질없이 입력했다. 이어서 '다음'을 눌렀더니 "확인할 암호를 문장으로 입력하시오." 라고 떴다. 암호를 모르는데 어쩌냐고 지인에게 물었더니 "혹 질문이 다를 수 있으므로 다른 카드를 써보세요."라고 했다. 지갑을 뒤져 이번에는 Visa카드를 찾아내 먼저 했던 일을 반복하며 진행하던 중 카드 결제에서 '암호'입력 질문이 똑같이 떴다. 또 전화할 수도 없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안 되면 말지 생각하고 "나는 자연미술가입니다."라고 입력했더니 어라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잠시후 잘 접수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첨부화일에 'eTA(electric Travel Authorized)'라고 찍혀 있었다. 더 자세한 내용이 있을텐데 너무 쉬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옆지기도 안도하며 대견스럽다는 듯 응원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확인한 결과 승인이 끝나면 '비자 번호'가 부여된다고 했다. 그리고 '설상가상'. 내가 입력한 Visa 카드는 이미 폐기했어야 할 것임을 지갑 안에 있는 새 카드를 보고서야 알았다. 급히 다시 신청하려 했지만 괘씸죄인지 아무리 해봐도 언제나 되돌이 될 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결국 출국 전날 잠만 설쳤다.

아침 사무실로 나가 캐나다 항공사에 전화를 했더니 휴일이라서 한글 서비스는 불가했다. 영어 서비스를 시도 했지만 음성 서비스는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오전 내내 끙끙거리다 12시 무렵 허샘이나 선생님이 걱정이 된 듯 아기 병원 진료를 마치고 곧바로 아기와 함께 사무실로 왔다. 그녀는 영문으로 구성된 인터넷 창에서 거짓말처럼 해결해 주었다. 탑승 수속까지 잔여시간이 고작 5시간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 접수된 상황에서 공항버스를 타니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1시간 쯤 지나자 메일이 도착했다. 'eTA number : J532316904'와 함께 "당신은 이제 캐나다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에휴.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에 왔다.

참가작가 도날드

어니스트의 집

어니스트의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