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자
아무에게나
산밭골 양지뜸
봄까치꽃 피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아무에게나
신곡저수지 둑방길
풀내 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해 저물어
어둑한 동구밖 혼자 섰다가
무자말랭이 제일 먼저 뜬 손톱달
어제보다 실눈만큼 더 커졌다고
앞산 갈참나무 잎 마파람에 뒤집히고
도랑 따라 시계풀꽃 올망졸망 피어난 것
어제 아침 마을 머리
수상한 까마귀 울음 소리도
제일 먼저 말씀드린 분은 당신입니다
제 사랑은 너무도 사소하여
아무에게나 드릴 수가 없어요
개암 열매 익어가는 거
초겨울 어느 밤 깊이 첫눈이 오는 것도
지금처럼 맘 편히
당신께만 말씀드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