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애순

싸이렌이 울린다 온 나라에

그들의 죽음에 눈을 감고 생각한다

무엇이 두려움을 물리쳤는가

발밑은 깊은 수렁에 빠질 걸 알면서

손끝은 저기 멀리

가야 할 곳을 가리킨다

사람이라면

사람이어서

내일 그 자리에

내 자식들이 있기를

간절함이 두려움을 물리친다

창살은 영혼까지 가두지 못한다

악과 싸우고 더러운 짓들과 맞짱 뜨며

그래야 사람이다

적어도

그래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유관순과 윤동주 아니 풀꽃처럼 이름없이

수많은

그대들이 있어 내가 살아있다

사람처럼 살고 싶다 그대들처럼

발밑이 천길 낭떠러지라면

그 길에 출렁다리 놓을 줄 아는

그래서

그대들 손끝 따라

가야 할 길 마저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