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진주고등학교 교사)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 損之; 不足者, 補之. 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천지도, 기유장궁여! 고자억지, 하자거지 유여자, 손지; 부족자, 보지. 천지도, 손유여이보불족)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네!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리며 남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한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에서 덜어내어 부족한 것을 채운다. [도덕경 77장 일부]
선거가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정해졌다. 대단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은 객관적이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나의 주관은 무엇인가?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내란과 같은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이 오랜 싸움 끝에 탄핵되었다. 국가의 혼란상황이 심각한 와중에 치른 이번 대선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도 이와 같은 일을 겪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내란에 가까운 비상계엄에 대하여 이렇다 할 반성은 고사하고 문맥상 옹호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전체 국민 41%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 아침 아직까지 혼란스럽다. 어쩌면 49%의 지지로 당선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조차 있으니!
그동안 있어왔던 정치적 판단이 있을 때마다 지역의 정치적 견해는 이 작은 나라를 가르는 거대한 협곡이 되었다.(거의 인위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이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조차 든다. 그 어떤 정치적 만행이나 악행을 저질러도 이리도 굳건한 지지 세력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정치 이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여 나는 이번 선거에서 49%의 승리에 대해 몹시 비관적이다. 어쩌면 그나마 유지되어 왔던 상식, 양심, 보통의 가치를 겨우 지켜냈다는 표현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8% 차이로 승리한 정당의 이름을 쓰지 않는 것은 그 정당 역시 완전히 상식이나 양심, 보통의 가치에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기야 정치가 양심이나 도덕일 수는 없으니 ……
교사로 살아온 지난 삼십몇 년이 8월이 오면 끝나지만 나는 여전히 교사이고 또 교사이고 싶다. 단지 법적으로 멈춰야 하기 때문에 멈추기는 하지만 나는 교사로서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고 또 유지할 것이다. 정권은 변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정부는 8%의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49%의 국민이 원하는 것을 넘어 80% 이상의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5년 안에. 그렇지 못하면 현재의 8%의 격차는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평생을 교육에 종사한 나의 관심은 역시 교육이다. 엄청난 저항이 있겠지만 현행 교육 제도의 태반은 개혁 대상이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개혁은 기존의 것을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존의 것을 두고 뭔가를 고치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맨 처음 있는 도덕경의 이야기를 내세운 것은 새롭게 출발하는 이 정권이 국민 80%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가진 정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에 깊게 파인 협곡을 평탄화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정권이 될 수 있기를 변방의 교사는 간절히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