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어디쯤일까, 우린

산새소리에 댄다
막 벌어지는 어느 야생화
꽃잎에 댄다
눈꽃같은 자두나무
꽃그늘아래 댄다
막 돌아난 초생달에 댄다

봄, 달빛 스미는
달방에 앉아
그저 가난한 붓을 들거나
숨죽이며
그대가 써내려간 문장을
훔친다, 나는

이낭희(행신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