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전 교하고등학교 교장)

질문은 '무지의 빈틈'을 채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질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질문은 개인 또는 조직이 품고 있는 무지의 빈틈을 발견하고 변화를 이끄는 기회를 얻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끔이라도 일상에 의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삶의 방향타를 조금 움직여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내 습관과 감정의 관성에서 조금 벗어나 보려면 질문이 필요하고 그래서 질문은 참 귀한 것입니다.

지식을 구조화하는 AI와, 구조화된 지식을 놓고 질문하는 인간, 외부환경에 끌려가지 않고, 자기 자신이 자신의 삶을 주도해가는 데는 의문을 잉태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질문은 궁극적으로는 새롭고 자유로운 삶(Liberal Arts)을 실현하는 데에도 기여합니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는 "왜 사람들은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만은 아니지"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질문을 통해 커피숍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편안하고 사교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무료 와이파이, 편안한 좌석 등을 제공하는 제3의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 질문은 스타벅스를 혁신하여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재천 이대 석좌교수도 재미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코끼리가 똥을 1톤 이상 싸는 것은 그만큼 먹은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초중고 그리고 대학생들 책 읽기보다는 영상 매체에 매달리다 보니 예술작품이나 자연을 보고도 그냥 '대박이다' 또는 '헐' '뷰티풀' 밖에 표현이 안 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인풋이 부족한 탓일 것입니다. 더 넓고 자유로운 사유의 기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에리히 프롬의 철학 에세이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의학, 공학도가 전문적 기술을 배워야 하듯 사랑도 예술품 창조처럼 실천하려고 노력해 갈고 닦아야 한다면서 용서(상대에 대한 관대)와 추서(자신을 반성함)를 말했습니다. 누구나 예쁜 사랑을 원하지만, 단순히 감정만으로 완성되지 않음을 압니다. 인내로 이겨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받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또한 사랑을 '대상의 문제'라고만 가정해서도 안 된다,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서 사랑은 감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연인이나 부부가 싸운 적이 있었다면 우리가 왜 싸웠는지 질문을 깊이, 자주 해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드는 때가 있지요? 서로 '끊임없이 극복하는 의지 행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이어야지, '나만 옳다, 상대가 문제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개인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때 질문과 독서의 힘은 잘만 이용하면 힘이 꽤 셉니다. 그 속에 깊은 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났을 때 그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정조 임금은 신하에 술을 먹여 보고 큰일을 맡길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내면을 단련하는 데는 평소 질문과 독서가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이 1년에 책 1권이 안 된다고 합니다. 초중고 대학생들 독서율도 점점 감소 중입니다. 대신 뉴스 검색, 숏츠, 유튜브 동영상 시청 시간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미디어 매체 영향력은 엄청 커졌습니다. 저 자신도 스스로 생각보다는 매체로부터 주입된 생각을 하고 있구나 싶을 때가 많아 놀랐습니다. 점점 비판 의식이 희미해집니다. 저부터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무비판적으로 반응만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싶어 되돌아봐야겠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플로깅이라고 걸으면서 휴지 하나 주어도 그만큼 지구가 깨끗해진다는 그들 젊은 생각들도 좋아 보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동료끼리 품앗이 서로 강연도 하고 아는 것 공유도 하고 장소도 옮겨가며 공공 도서관 등등 잘 활용하는 걸 봤습니다. 영국, 일본, 스웨덴은 70대 80대가 모여 마을 공동체 활동도 활발히 한다는데요. 몆 달 전 저도 그분들 사례발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 좋은 질문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하게 합니다. 어른들도 평생 성장해야 하니까 자주 소통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손녀와의 대화에서 솔직히 많이 배웁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고요. 물론 저도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요. 미학적으로 꾸밈없이 투박하지만, 색깔이 분명한 인간미가 있는 나날이 좋습니다. 우리 모두 질문을 통해 더 건강하게 아름답게 서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수선화, 사진 한경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