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투르키에 예술유목 중 이즈미르에서 작가들과 어울리는 에이세굴씨
에이세굴(Aysegul Kurtel)과 함께
필자가 터키에 온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세계예술유목의 실행과 야투의 투르키에 전시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래 전부터 벼른 카파도키아를 포함한 자연 문화답사였다. 그러나 10박 11일의 일정이 촉박하기도 했지만, 첫 번째 목표의 성사만으로도 일정이 녹록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믿었던 투르키에 주재 한국문화원의 ‘미스터 박’이라는 분과의 만남은커녕 통화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구원의 손길은 이즈미르에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에이세굴 쿠르텔(Aysegul Kurtel)”이라는 분이다. 그녀는 이즈미르의 “K2 Culture and Art Center(K2 CAC Association)”의 창립자이며, 이즈미르 트리엔날레의 조직위원장이다. 나는 바롤에게 그녀와의 만남을 주선하도록 부탁했다. 얼마 후 이즈미르의 중심가에 있는 갤러리 A에서 첫 대면이 성사되었다. 에이세굴은 허스키한 음성에 인간미가 넘치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매우 솔직하며, 적극적이고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였다. 갤러리의 작은 사무실에서 한 시간 남짓 대화하던 중 내가 먼저 그녀의 손을 잡자, 그분도 기꺼이 두 손으로 마주 잡아 왔다. 우리는 서로 호감을 갖게 된 것이다.

카파도키아의 일몰과 함께한 작가들의 공동작업 2017
유목의 작가들
이응우작, 잎(A lea튀르키에 이즈미르, 2017
그녀는 내년 이즈미르 트리엔날레에 대한 여러 가지 구상을 털어놓고 얘기했다. 그리고 특별기획으로 예술유목을 포함하는 것에 상호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트리엔날레를 특별하게 꾸리려는 에이세굴의 생각과 투르키에 유목을 실현하려는 우리의 생각이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그녀의 철학과 예술에 대한 견해와 의지는 매우 견고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미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자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급물살을 탔다.
다음 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바롤은 두 개비 담배를 연속으로 피웠다. 얼마나 긴장이 되었으면 차내 금연 약속을 어기며 피울까? 그의 순수한 마음과 성의가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그가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길 하는 동안 거실에서 에이세굴과 나눈 이야기를 근거로 계약서 대신 상호확인을 위한 문서를 새벽까지 작성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아찔하다.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 했던가? 마지막 순간 전격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떠나던 날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현장을 돌아보고 K2 센터 그의 사무실에서 준비된 서류에 교차 서명을 했다. 헤어지는 마당에 그녀는 내게 볼 키스를 해주었다.
꽃들의 대화
오후 7시 25분 그리스행 탑승 시간을 맞추려고 허겁지겁 바롤의 집으로 돌아왔다. 새마는 쌀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는 사람을 배려하는 그녀의 마음씨가 고맙게 느껴졌다. 그녀는 “아들이 곤히 잠들어 밥할 시간이 있었다.” 라고 했다. 이별의 아쉬움 때문인지 주섬주섬 챙겨주는 것을 받아 넣을 공간이 없었다. 공항까지 배웅하는 바롤과 레몬주스를 마시며 그간의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안녕’이란 말 대신 “또 만나자!”라고 했다.
튀르키에 유목 버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