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살얼음이 깔린 고개를 오르며
병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삼남대로 걸어오며 품었던 벅찬 꿈들이
경천에서 효포 전투에서 지고 깨지고
능티고개 밟고 오실 마을 뒷산을 넘어
우금고개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
새벽 별이 뜰 때 차가운 주먹밥을 싸서
피가 강물 같은 혈흔천血痕川을 건너
서리 내린 나뭇가지 잡고 산등성을 넘으며
먼동이 트는 우금티에 닿았던 시간
병사들 식은 이마에 스쳐간 생각은
신분철폐 빈곤탈출 승리의 예감이었을까
두고 온 자식들 헐벗은 입성 걱정이었을까
하루 사오십 차례 밀고 밀리는 육박혈전에
시천주 열세 자 무력한 주문呪文을 외우며
한겨울에도 홑바지 짚신에 발 벗은 사람들
궁을弓乙부적에 대창 쇠스랑을 들고 뛰어온
뜨거운 피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
민심은 바람에 몰려왔다 흩어지는 구름 같고
눈에 가시 찔린 듯 평생 눈치 보며 살던
정녕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 농민이라지만
얼음 위에 댓잎을 깔고 추위를 견디던
유무상자 보국안민 대의를 놓을 수 없어
흉악한 총구 앞에 놓인 표적이 되더라도
척양척왜斥洋斥倭 반외세 깃발을 굳게 잡고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바로 세우나니
붉은 마음뿐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역적이라는 덤터기조차 순명順命으로 받들고
외롭고 비장하게 걸어 오르는 우금고개
죽기 위해 걸어가는 장군의 새벽길
* 유무상자有無相資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서로 도움
* 전봉준 장군의 절명시絶命詩 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