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튀르키에 유목을 그리며 4

에페수스와 쿠사다스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5.01.21 08:05 | 최종 수정 2025.01.21 09:12 의견 0
튀르키에 서부 에페수수스에는 수만 명 규모의 그리스시대의 야외 극장이 견고하게 남아 있다. 2016

이응우 작, 팜트리의 드레스 코드(Dress code of Palm Tree),튀르키에 이즈미르 2016



이즈미르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나지막한 산언덕 에페수스(Efes/Ephesus)라 불리는 고대 도시가 있었다. 이 도시는 원래 운하가 도시의 중심까지 닿도록 건설되었는데 로마의 지배를 받던 비잔틴 시대 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기원전 600년경 아르테미스 신전 건립과 함께 고대 도시로 부상하여 이후 비잔틴 제국, 오스만 튀르크, 페르시아의 침입 등 수없이 많은 역사의 굴곡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지진으로 인해 해안선이 4~5km 서쪽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내륙의 산기슭에 폐허로 남게 된 곳이다. 에페수스는 그리스 본토에서 에게해를 건너 터키에 있는 도시다. 거리상으로는 아테네로부터 매우 가까운 곳이라서 그리스 문화권에 속하는 곳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물론이고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곳곳의 유적들도 그리스 문화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 과거 그리스의 영광을 짐작게 한다.

폐허가 된 유적 속에서도 3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극장과 화려하고 웅장하게 건축된 도서관 등은 아직도 영화를 품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의 화장실로 보이는 큰 회랑이었다. 방의 반쪽 벽면 하단에 격자형으로 수십 개의 변기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칸막이는 물론 앞을 가리는 시설도 전혀 없는 공간이 트인 회의실 같은 분위기다. 당시 사람들은 아마도 ‘대변 회동(?)’ 이라도 했었나? 칸막이 등 필경 어떤 시설이 있었을 것이다. 변기의 아래쪽은 깊게 파여있어 어디론가 흘러가도록 설계되었다. 아무튼 이 도시는 고대 그리스의 아주 중요한 도시 중 하나로 성경에도 나오는 곳으로 ‘소크라테스, 헤라클레이투스’도 이곳 출신이라고 했다.

에페수스 박물관(Efes museum)에서 뜻밖에 소크라테스를 만났다. 그도 이곳 사람이었다.


해가 산 너머로 기울어 땅거미가 지자, 고대 극장의 음악회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으나 우리는 해안 도시 쿠사다스(Kusadas)로 가기 위해 군중을 역방향으로 헤치며 언덕을 내려왔다. 쿠사다스는 인구 약 30만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였다. 비록 날이 저물었지만, 이곳에 사는 새마의 친정 식구들과 부둣가의 오래된 식당에서 생선구이를 먹었다. 새마의 어머니는 10년 전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남동생이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늙은 아버지와 몸이 불편한 동생이 함께 사는 모습이 새마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모양이었다.

짧은 방문으로 아쉬움은 남았지만 우리는 다시 새벽공기를 가르며 이즈미르로 돌아왔다. 생후 처음으로 먼 나들이를 한 아기는 아직도 감기 기운이 남았는지 가끔 콜록거렸다.

에페수스(Efes)에 남아 있는 그리스의 도서관 유적
에페수스에 남은 그리스의 화장실로 추정되는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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