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12월 14일 오후 4시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204표 찬성,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가결했다. 이 탄핵안이 가결됨으로써 윤 대통령의 직무는 중지되었다. 지난 12월 7일 탄핵소추안 표결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자체가 불성립되자, 국가의 위기와 혼란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투표조차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전국민적 공분이 일어났다. 전국적으로 날마다 수백만 명이 모여 내란과 탄핵 투표 부결에 항의하였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의도에는 집회가 매일 저녁마다 계속되고 있고, 14일에는 2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 모여 탄핵안 표결을 지켜보았다.
이번 내란 반대 탄핵 촉구 시위에는 젊은이들의 대거 참여가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젊은이들의 참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2030 세대의 참여와 콘서트형 집회 시위는 그동안 젊은이들이 정치의식이 부재하고 일베 문화에 잠식되었다고 보았던 성인들의 염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특별한 정치적 행동 없이도 생활 속에서 이미 민주주의 의식과 사고가 몸에 밴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의 민주시민교육 결과인지 민주주의적 삶이 체화된 결과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이번 시위에는 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 같으면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교육청과 학교가 적극적으로 막았을 텐데 이번에는 너무나 급작스럽게 터진 사건이어서인지 그런 제제는 없었다.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모르쇠로 방관하는 사이, 세종시에는 교육감의 격려 지지 발언이 있었고 서울시교육청과 경상남도교육청에서는 안전관리소를 설치하여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안전관리에 나서기도 하였다. 시위가 본격화하기 전에는 이미, 인천에서, 세종에서, 산청에서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고, 전국의 수 많은 교사들이 퇴직교원의 이름으로, 현직교사들이 00교과 교사의 이름을 걸고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도 하였다.
반면 이번 내란 사태의 조직 실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번 내란 사태는 우리 교육체제의 최고의 성적 우수자들이 벌인 일이라는 점이다. 성적과 도덕성, 성적과 애국심, 성적과 공적 의식의 비례관계는 전혀 성립하지 않았다. 교육은 개인의 영달의 도구였을 뿐, 공공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최고 성적 우수자들의 공공의식의 부재로 인한 국가권력 사유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태는 철저히 학연學緣이라는 고리로 계획되고 실행되었다. 육군사관학교와 특정 고등학교 학맥이 비밀거사에서 믿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교육의 비합리성과 후진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란사태를 비호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일일이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을 지경이지만, 탄핵 투표 전후 의총에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하나씩 일으켜 세워 찬반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는 이야기는 그들의 저급한 민주의식 수준과 행태를 확인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주필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