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중학교 책 소풍, 파주 출판도시와 제노사이드의 아픔을 보여준 평화도서관 들러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10.30 07:58 의견 2

안산 관산중학교(교장 지종문) 학생 25명과 교직원 5명은 지난 10.26(토) 함께 출판도시 파주로 책 소풍을 떠났다. 책 소풍은 지난해 윤동주 문학관에 이어서 두 번째다. 남순이 사서 선생님은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도서관을 소개하며 파주 출판 단지는 세계적인 규모라고 안내했다. 1시간 20여 분을 시원하게 달리니 어느새 조용한 시골에 도착하였고, 경사진 길을 따라서 언덕 위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이곳은 평화를 주제로 제노사이드 역사자료관, 평품 소극장, 다락 갤러리, 북카페를 운영하는 평화를 품은 도서관(이하 평화도서관)이었다.

평화도서관의 황수경관장님께서 평화도서관을 소개해 주었고, 평화과 인권에 대하여 말씀해주었다. 또 전소영 작가와 즉석에서 만남이 이루어졌다. 작가님은 <적당한 거리>라는 그림책을 낭송해 주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1학년 학생의 재치 있는 대답에 흐뭇해하셨다. 작가님은 ‘그리다’는 동사를 강조하시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글을 그리고, 그리움도 그릴 수 있고 꿈을 그리기도 한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선생님들은 책보따리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학생들은 골방 서가에서 책 읽기를 좋아했다. 제노사이드 역사 자료관은 근대 100년 동안 일어난 세계의 제노사이드(특정 인종이나 민족, 지역 사람을 대량학살을 목적으로 한 전쟁) 사건 가운데에 아르메니아, 난징, 홀로코스트, 캄보디아 킬링필드, 르완다 5개 지역의 대학살 사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의 4.3 제주항쟁,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 나란히 게시되어 있었다. 송근복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제노사이드에 대해 친절히 부연 설명해 주셨다. 다락방 갤러리에는 위안부 닥종이 인형이 전시되어 어두운 역사도 기억하자고 말하는 듯 하였다. 인류사에서 슬프고도 애닯은 죽음의 역사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평화도서관은 비록 작은 도서관이지만 봐도 봐도 끝이 없이 볼거리가 나오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 우리는 계획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테크에서 구수한 빵 내음새와 도서관에서의 책 향기 그리고 시골의 가을 풍경들이 평화로왔다. 이 순간 자유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오늘을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담고 책들이 잔치를 하는 <지혜의 숲>으로 이동했다.


파주 출판도시는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조성된 국가문화산업단지이다. 1980년대 책을 사랑하는 출판인들이 출판문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뜻을 모아 조성된 도시이다. 남북한 접경 지역인 파주는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문발동이 있다. 문발은 조선시대 문종이라는 임금이 황희 정승을 기리는 뜻에서 ‘문발’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한다. 文發은 글이 피어나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지혜의 숲>은 연구자, 학자들이 가치 있는 서적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개방형 도서관이다. 그 외에도 개인이나 출판사에서 기증한 책들도 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어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당히 넓어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우리도 분위기에 도취되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테이블에 앉아 자유롭게 읽었다. 이어지는 곳은 북소리 책방이었다. 새로운 책들과 굿즈들을 구경하였고, 몇몇 학생들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또 일부 학생들은 김소월 시인의 다리를 건너 <지혜의 숲> 주변을 걸었다. 다리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의 대표 시, 진달래꽃 형상의 작품도 있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나무 냄새에 취하여 걷기 좋은 곳이었다.

다음으로 웅진역사관을 관람하였다. ‘웅진’이라는 기업의 역사를 볼 수 있었고 웅진씽크빅에서 출간한 다양한 책들을 보았다. 특이하게 천장에도 여러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웅진에서 발명한 많은 제품들을 구경하였으며, 메타 라이브러리와 메타 갤러리도 관람했다. 신기술을 이용한 ‘AR 인터렉티브 북’도 알게 되었다. 또 회장실이 꾸며져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들러 보았다. 우리는 회장이 된 것처럼 소파 앉았다. 무엇보다 미디어 아트 체험 공간이 신비로왔다, 마치 우리가 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웅진에서 소장한 예술 작품을 구경하면서 오늘의 책 소풍을 마쳤다

오늘의 책 소풍은 가는 곳마다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평화도서관’, ‘지혜의 숲’, ‘북소리 책방’, ‘시인의 다리’에서 만나는 모든 게 소중하게 여겨졌다. 여운 탓인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학생들의 소곤거리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은 패들렛에 후기를 남기고 학교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자극을 경험한 아주 특별한 하루였다.(글 염경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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