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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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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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진주고등학교 교사)
智而明 지혜와 밝음
自勝克無形*(자승극무형) 스스로 이김은 형태 없음을 극복함이요,
自知解凡性*(자지해범성) 자신을 앎은 세상의 바탕을 아는 것이네.
致中和適位*(치중화적위) 중화에 이르러 제자리를 잡으니,
滅常見竟靜*(멸상견경정) 분별은 사라지고 마침내 고요해지리니.
2024년 10월 10일 밤. 도덕경 이야기를 한시로 쓰다. 자승自勝과 자지自知는 도덕경 33장의 내용이다. 먼저 ‘자승’은 ‘극기’를 말함이다. 나의 욕망을 극복하고 동시에 나의 문제를 줄여 가는 일을 말한다. 이를테면 매우 유가儒家적 표현이지만 극기는 동서고금의 모든 수양의 근본이기에 특정 철학의 이야기일 수는 없다.
‘자지自知’는 자신을 아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을 안다는 말은 ‘지기知己’ 정도면 충분하다. ‘자지自知’라고 쓴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도올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지自知’는 스스로 이해한 바를 다시 몸소 체득하는 것을 말한다. (김용옥, 『노자와 21세기』 3권, 통나무, 2000, 241쪽 참조.) 즉 ‘지기知己’에서 한 발 나아가 그것을 체화體化하는 단계에 이름을 ‘자지自知’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고 그 바탕까지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상의 바탕까지 알게 되는 것이다.
사서의 ‘중용’이 주장하는 핵심은 생명의 ‘화해’다. 생명의 화해는 나와 타인의 바탕을 이해하고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 이르면 만물은 상생에 이르고 분란은 사라지며 마침내 분별이 사라지게 된다. 분별하는 세상이 상견(나와 세상은 영원하다고 여기는 것)이니 이것을 없앰으로 마침내 고요해지는 것이다.
* 自勝, 自知: 도덕경 33장
* 致中和: 중용장구中庸章句 第1章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 상견常見: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가 뿌리박고 있다. 그 하나가 나와 세상은 영원하다고 여기는 상견常見이다. 즉, 인간은 죽지만 자아自我는 없어지지 않으며, 오온五蘊은 과거나 미래에 항상 머물러 불변해 끊어지는 일이 없다고 고집하는 그릇된 견해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단견斷見으로서 나와 세상은 허무 속으로 사라질 뿐이라는 허무론에 빠진 극단적인 견해이다. 초기불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르침이 단견과 상견인데, 연기법은 단견에도 상견에도 떨어지지 않는 중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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