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의 교육단상, 교장은 공공의 적인가 ⑥

- 공모교장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10.10 07:22 의견 0

공모교장제도가 도입된 지가 벌써 15년이 지났다. 도입 당시에는 학교혁신의 돌파구로서의 공모교장제도에 대한 기대와 열기가 매우 뜨거웠고, 초창기에 업적을 남긴 훌륭한 공모교장들이 등장하면서 교육계의 반응도 매우 우호적이었다. 제도의 확장을 선호하는 교사와 학부모 여론도 높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모교장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원인과 해답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우선 공모교장의 선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발과정의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하고 모험도 해야 한다. 퇴직 등의 이유로 교장의 자리가 확실하게 비게 되는 경우 학교는 학교장 공모 희망 여부에 대한 일반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을 하도록 되어 있고, 이때 공모를 할 경우, 공모교장의 교장 자격증 소지 여부를 함께 묻게 되어 있다. 이렇게 의견 수렴을 한 이후에도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공모 여부, 자격증 소지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고, 공모를 희망할 경우 교육청에서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교육청에서 공모를 승인하게 되면 공모 공고, 희망자들의 자료 수합, 심사, 3 배수 추천, 교육지원청 또는 교육청에서의 2차 심사 등을 거치게 되는데 대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학기말 학사일정에서의 학교행정 업무가 심각하게 과중하게 된다. 더욱이 이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단위 학교가, 그리고 업무를 총괄하는 학교의 교감, 교무부장 등이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므로 공모교장제도에 대한 특별한 확신이 없는 학교나 교원들이라면 처음부터 일을 진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절차의 간소화와 선발 시기의 조정 같은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제도의 변질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귤을 옮겨 심었더니 탱자가 되더라는 말이 있듯이, 널리 인재를 구해서 학교혁신을 도모하려던 개혁조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젊은 교장들이나 장학사 등 전문직들의 임기 연장 수단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공모교장제도의 애초 취지는 ‘공모’라는 형식에 있다기보다는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능력 있고 개혁적인 인사를 발탁하고 학교 구성원들과 협치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것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절차와 형식에 매이다 보니 알맹이와 본질이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조치로 공모교장의 임기도 교장 임기와 합산하고, 또한 공모교장의 임기도 교장 중임제와 마찬가지로 2회 8년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모교장의 질과 능력에 대한 의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공모교장으로서 그 능력과 업적을 인정받는 분들이 전국에 많이 있지만, 반대로 모든 공모 교장들이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교장을 공모하는 초기 과정에서부터 교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분을 추천하고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교원들의 정파와 친소를 배제해야 한다. 주로 학교경영계획서와 같은 문서와 질의응답 같은 구두 면접에 의해서 결정되는 심사 방법도 개선되어 문서와 면접을 검증하는 세밀한 작업과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글빨’과 ‘말빨’이 아니라 지원자의 교직 인생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후 선발된 이후에도 교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역할 수행을 위한 연구, 연찬의 기회를 꾸준히 가져야 한다. 공모교장협의회 같은 단체를 활용하여 교장의 업무 능력을 개선하고 심화된 역할을 수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방식의 승진한 교장과 크게 차별성이 없다면 구태여 힘든 과정을 거쳐서 공모교장을 뽑으려 하겠는가?

넷째, 공모교장제도에 대한 불신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교장 자격증이 없는 내부형 공모교장들이 임기 종료 이후에 보여주는 행동들이다.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원들을 공모, 선발하여 교장직을 수행하기 위하여 교장 자격연수를 받게 하고 교장 자격증을 주었더니 그 교장 자격증을 발판으로 장학관이 되고 본청의 과장, 국장 등으로 변신하는 것이 일반 교장이나 교사들, 심지어 이들을 지지했던 개혁지향의 교사들에게도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이들이 교육청에 들어가 개혁과 혁신을 앞당기고 가시적 개혁 효과를 거두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런 행동들이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도입된 공모교장제도의 효과를 강화하는 행동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공모교장 임기를 마치고 아직 정년이 남아 있는데에도 명퇴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것도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정말 자신이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서 공모교장이 되었다면 임기를 끝내고 원직 복귀하여 교장으로서 교사들에게 주문했던 그 일들을 교사로서 자신이 직접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공모교장들이여, 임기가 남아 있다면 나가지 말고 학교에 남아 있으라. 교장을 하다 교사로 돌아오는 것이 ‘쪽 팔린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학교를 여전히 위계조직으로 생각할 뿐 교장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했을 리가 없다.

다섯째, 교원단체 활동가들이 공모교장을 하는 일이 공모교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오랜 동안 교원단체 활동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교육문제를 잘 알고 해법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고민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중간 단계의 간부도 아니고 전국 또는 도 단위의 최고 간부들이 교원단체 활동을 그만둔 뒤에 공모교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공모교장제도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교장하려고 노조를 했구나’하는 비아냥을 받기 쉽다. 노조와 교육청은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는 교육청을 감독 감시하고 올바른 쪽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조나 단체에서는 이 문제를 간부의 승진이나 입지가 아니라 노조의 건정성과 공모교장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교육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주필 전종호)

※ 이 글은 교육언론 창에 함께 실었습니다.

임진강 덕진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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