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인도예술유목 7

코골이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9.17 18:19 | 최종 수정 2024.09.17 18:20 의견 5

숙박을 같이 하는 모임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공동 숙박할 일이 생기면 잠버릇이나 코골이 등이 화재가 된다. 필자도 제법 코를 골았었는데 근래 들어 그 강도와 횟수가 줄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아무튼 수면을 방해하는 3종 세트로는 잠꼬대, 코골이, 이갈이 등이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보니 그중에서도 ‘이갈이’가 단연 기피 대상 1위를 점했다. 서양 사람들은 이갈이를 ‘그라인딩 티스(grinding teeth)’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이를 갈다.’ 보다 열 배는 더 실감이 난다. 작업실에서 그라인더를 써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이 갈 것이다. 그 물건이 얼마나 세게 가는지를. 그다음은 코골이를 피한다. 심하면 침대가 울리고, 더 심하면 만수산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나고, 아주 심하면 저 친구 저러다 콧속의 혈관 다 터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필자에게는 코골이 하면 생각나는 분이 한 분 있다. 이미 오래전 유명을 달리하신 교육계의 대 선배님이시다. 그분은 ‘충남의 알프스’ 또는 ‘칠갑산’ ‘청양고추’ 등으로 잘 알려진 청양의 시골 중학교에서 선생님을 하시던 분이다. 1992년 우연한 기회에 충남의 교원 해외 연수단에서 그분을 만났는데 같이 여행하는 동안 그 어른의 선택으로 필자는 늘 그분의 룸메였다. 그 시절 우리의 단체여행 풍속도는 행군에 가까운 일정에다 밤엔 거나하게 한잔하고 이내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었다. 다행히도 그 어른은 필자에 대한 배려로 자신이 항상 늦게 잠자리에 들으셨기 때문에 그의 코를 고는 소릴 듣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날 선잠이 깨어 그분의 코를 고는 힘을 경험하게 되었었다. 그분의 코골이는 압권이었다. 얼마나 위력적인지 호텔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코골이와 동침을 했지만, 아직 그 어른을 필적할 만한 고수를 만나지 못했다.

부지 현장 : 인도 서북부는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기후다. 건기인 겨울철은 사바나 지

역처럼 물기가 없어 선인장이 많이 자라는 곳이다.


이번 예술유목에서도 코골이가 한 때 화제가 되었었다. 그러나 “괴롭지만 어쩌겠나 참아야지”가 대세였다. 그러나 잠꼬대는 “귀엽지 않으냐?”는 반응이었다. 아침 식당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 로이가 옆에 있는 젊은 여류작가에게 “자다가 오줌 싼 경험이 있느냐?”고 엉뚱하게 묻는 바람에 다들 “로~이~~~!”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경험하는 것 아닌가? 아마도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몇 번 그런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친구와 열심히 놀다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우면 휘발유를 빼낸다면서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고 밀어낸다. 한참 밀어내고 나면 후련해질 무렵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보면 “아! 이일을 어쩌나!” 그런 낭패가 어디 한두 번 뿐인가요?

한 십 년 전 나도 코골이를 시작했었다. 처음엔 음주를 심하게 하면 코를 골더니 점차 습관이 된 듯 피곤해도 골고 나중엔 잠만 들면 골아댔다. 오죽했으면 음주한 날은 거실로 쫓겨났을까? 어쩔 수 없는 생리적 현상 중 하나인 것을 알면서도 코를 곤다는 것이 어쩐지 지저분한 것 같고 또는 점잖지 못한 것 같아 코를 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은 절대로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코를 골아댄다고 성화를 대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그것을 시작하고 내 쪽에서는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코골이가 전염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찌 된 일일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쌍고동이 아닌 점이다. 넓지도 않은 아파트에서 듀엣으로 나팔을 불어대면 분명 민폐가 될 것이다.

블랙마운틴 : 사야가 확 트인 산의 정상에서 작업 중 찾아온 인도의 젊은이들과 함께. 아마도 이방의 예술가가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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