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의 교육단상, 교장은 공공의 적인가 ⑤
공모교장제도는 성공하고 있는가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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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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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승진한 교장들과 선출된 교장이 함께 존재한다. 교감을 거쳐 승진한 교장들이 대부분이고 공개 모집해서 선출된 교장의 수는 매우 적다. 교육감의 정치적, 교육적 소신과 성향에 따라서 시도교육청의 공모교장제도가 확대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교장 전체 숫자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숫자가 적기는 하지만 공모 교장에 대한 학교 안팎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뜨거움의 성격은 상반된다. 이 제도를 지지하는 교원과 학부모들의 편에서는 공모 교장의 교육과 행정의 혁신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서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이 제도를 반대하거나 마지못해 수용한 교원과 학부들의 편에서는 어디 학교경영계획서에서 말한 대로 실제로 잘하나 보자 하는 질시와 검증의 차원에서 차갑게 뜨겁다고 할 수 있다.
공모 교장은 형식적으로 공개 모집한다는 차원에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공모 교장에 대한 교육계의 실제적인 관심은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 출신의 공모 교장들의 교장업무수행 평가와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장이나 교감, 전문직 출신의 공모 교장에 대한 관심보다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 출신들이 어떻게 임용되고 교장으로서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당연히 높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평교사의 교장 임용은 자격증 제도로 운영되는 현행의 교원인사제도에 균열을 내면서까지 매너리즘에 빠진 교육계를 흔들어 교육혁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공모교장제도는 ‘내가 이런 일을 잘할 수 있소’, ‘내가 교장이 되면 이렇게 이렇게 학교를 운영하겠소’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두 차례 심사를 받고 임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 교구성원이나 교육 당국에서는 당연히 임용되고 나서 선언한 대로, 계획한 대로 실제로 잘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 이렇게 공개모집과 선출과정을 통해서 임용된 공모 교장들은 실제로 잘하고 있는가? 물론 잘하고 있다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공모 교장은 4년 중 2년이 지나면 중간평가를 받게 되는데 중간평가에서 업무 미숙이나 약속 불이행으로 탈락한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내가 근무했던 경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정확한 행정적 절차의 확인을 거친 것이 아니라 내 듣고 본 대로의 주관적 판단의 결과이다.
본보 2023년 11월 28일 자 ‘선을 넘는 교장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기도 공모 교장으로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두 분을 소개한 바 있고, 그 밖에도 정말 훌륭하게 교장직을 수행한 공모 교장을 대라면 누구누구 몇 분을 더 들 수도 있지만, 모든 공모 교장들이 기존 방식대로 승진한 교장들보다 더 탁월한 실적을 남겼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공모 교장이면서도 승진한 교장처럼 행정을 하거나, 경험 부족과 리더십 미비로 그들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물론 경영 실패의 모든 책임을 그 교장에게 물을 수는 없다.
학교는 언제 어디서나 교장을 믿고 지지하는 교사들이 1/3이요, 어디 잘하나 보자 관망하는 교사들이 1/3이고 공모교장제도나 혁신교육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이 나머지 1/3이다. 모든 교원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착각을 버리고 더 많은 숫자의 교원을 자신의 교육철학과 행정의 방침대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교사 출신의 공모 교장과 교감과의 협력관계도 중요하다. 공모 교장과 승진 교장 사이의 관계 정립과 협조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승진한 교장이나 승진하려고 대기 중인 교감 입장에서는 공모 교장이라는 제도가 공식적인 새치기로 인식될 수 있다.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 교장들이나 교사들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공모 교장이 되기 전에 교장이 되어서 하겠다고 선언한 학교 혁신과 교육적 성과의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는 길밖에는 없다.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는 공모 교장들이 많아질수록 공모교장제도의 존속 여론도 탄탄해지리라 믿는다. 어떠한 제도도 그 자체로 시비와 선악을 가릴 수 없다. 제도는 운영하기 나름이다. 공모 교장 선생님들의 분발을 빈다.(주필 전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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