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인도예술유목 5

일흔의 귀염둥이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9.03 06:00 의견 2

로이 스타브 : 그는 미국 위스콘신사람이다. 이제 80고령 이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작업하는 꿈을 접지 않았다. 인도 유목할 때 개구쟁이처럼 행동하여 붙은 별칭이다.


한반도를 벗어나 처음으로 인도에서 진행되는 예술유목 프로젝트에는 한국, 인도를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헝가리,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대만, 이란 등 12개국으로부터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개인적 특성이 있는 사람들이 예술유목을 위해 일시적으로 뭉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다 보면 개개인의 인성과 장단점이 노출되기 마련이며 때로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 노마드에서 모두의 입줄에 가장 많이 회자하는 사람은 단연 ‘로이 스타브(Roy Stabb)’이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사람으로 1941년생이니 일흔다섯의 노장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유목민 식구 중 가장 어린 사람처럼 행동해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하거나 박장대소하게 한다. 그는 약방에 감초처럼 끼지 않는 곳이 없고 참견하지 않는 것이 없다. 어떤 때는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에 괜히 참견했다가 된통 무안을 당하기 일쑤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뱉었다가 젊은 작가에게 무안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편에서 거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남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미운 짓을 더 많이 해서 원군이 없는 것이다. 그는 또 후각이 발달해 먹는 일에는 가장 먼저 수저를 들고 나서지만 치우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자기 술은 숨겨 두고 남의 술을 먹을 때는 가장 큰 잔을 들고 나타난다. 어쩌면 그의 이와 같은 행동은 오랫동안 가난하고 외롭게 살아온 예술가의 삶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리라. 그에게 친지는 누이의 자녀들과 그와 함께 사는 고양이뿐이라고 했다. 그나마 조카들은 모두 스포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했다. 요즘처럼 장기간 집을 비울 때면 이웃의 미친 년(그의 표현대로)이 돌봐주고 그녀가 집을 비우면 자신이 그 집 고양이를 돌봐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미친 년은 정말로 미치거나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친분이 두터운 이웃이란 말이다. 이런 부분이 그의 말하는 습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종종 상처를 주는 부분이다.

우리는 가끔 자기 견해를 분명히 밝혀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꼭 말해야 할 때라도 말하기 전에 어떻게 말할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불필요한 오해나 충돌을 피하는데 매우 긴요한 점이다. 로이의 어린 아이 같은 언행을 보며 처음엔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었다. 외모는 늙었을망정 젊게 사는 모습이 오히려 나이를 초월한 것 같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의 생각 없이 던지는 말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그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말았다.

필자는 나이가 들며 깨닫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령이 지긋한 사람은 어디를 가나 좌중의 사람들이 자신보다 아래일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무엇이든 너그럽게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천성은 못 고친다.’고 한다. 로이의 연세가 일흔이 넘었을 텐데 평생을 저렇게 철부지처럼 살아왔다면 그것은 천성일 테고 고치기엔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고치려고 애를 쓰느니 그냥 지금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대로 사는 편이 낳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즐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따라 그가 너무 보고 싶다. 힘내요 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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