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낭희의 '길 위의 인문학', 집으로 가는 길

DJ 박인희씨에게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6.10 06:33 의견 0

집으로 가는 길

라디오에서 흐르는 박인희 옛가수의 목소리를 듣다 그만,

목이 꽉 메이고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라

잠시 시간이 멎어버렸다

대학 1학년 그 시절

늦은 시간 교정을 나와 버스에 오르던 그때

기다린 듯이 라디오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 뮤직이 흐르던

그 순간의 먹먹함처럼....

그것도 잠시

불현듯 라디오 스페셜 DJ로 온 그녀

어느덧 흰머리소녀가 된 그녀의 자작시 낭송을 듣다 다시 멈추고 말았다

그리움과 그리움이

더이상 비켜설 수 없는 자리 어느 길모퉁이에서 만나는 그 순간이 있다고 하면서

마치 울먹이는 것 같아서

울고 있는 것같아서

그건 그녀의 그리움이었고

내 그리움이었으니까

오랜 전파를 타고

지워진 시간 사라진 기억들이 모락모락피어오른다

여기저기 교복을 입은

둘 셋의 여학생들이

그 호숫가 그 벤치에 앉아 있다

이제 막 터질 한송이 꽃처럼

그 아득한 초원의 빛으로, 다시 살아나

어린 눈망울을 적시고

풋가슴을 적시고

내 중년의 빈 자리를 맴맴 돌고 있다

어제 내린 비처럼

사진 ㆍ시 이낭희(화수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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