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헝가리 2
예술가의 텃밭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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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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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반의 집에서 이틀을 묵고 7월 3일 저녁에 피터와 함께 에게르(Eger)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다. 2시간쯤이면 도착한다기에 따라나섰는데 이제 다 왔다는 말을 몇 번 더 하고 자정이 넘어서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완전 시골 동네의 농가였다.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엔 웬 잔살림이 그렇게 많은지 내 눈엔 집 전체가 큰 창고인 것 같았다. 내가 머물던 방도 다락방이긴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살림들이 공간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침에 피터한테 던진 나의 첫 번째 인사는 “넌 절대로 이사 못 간다.”라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바로 “절대 이사 안 간다.”라고 대꾸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도시가 싫어 자기 할아버지가 살던 집을 여러 번 증축, 개조하여 현재의 구색을 갖추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부친을 따라 이웃 마을에서 살다가 부다페스트에서 미술 공부를 마치고 고향 에게르에 직장을 잡은 이후 줄곧 이 집에서 살았다. 그리고 결혼하여 20년을 예쁘고 마음씨 착한 부인과 세 딸을 낳고 운이 좋아 주변에 좋은 학교가 있어 아이들 모두 집에서 통학한다고 했다. 아마도 귀여운 공주들이 태어날 때마다 방을 하나씩 늘려간 듯했다.
울안에는 거위와 고양이가 각각 2마리, 개 한 마리가 있고 뒤뜰의 텃밭에는 잡초만 무성한데 피터는 아침부터 말뚝을 치고 토마토 줄기를 일으켜 세우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나를 의식하고는 이것은 피부에 좋고, 저것은 냄새가 좋고, 또 어떤 것은 잼을 만들 수 있다며 구구절절 설명했다. 잘 가꾸어진 이웃집 텃밭에 비하면 그의 텃밭은 풀밭이었다. 그래도 그중에 상추가 있어 한 줌 뜯어 아침 토스트와 함께 먹었다. 예술가의 텃밭은 한국이나 헝가리나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잘 정리된 밭이었다면 어떤 농부의 텃밭으로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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