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헝가리 1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5.21 06:32 의견 4

유럽 속의 북방 민족

도나우강과 의사당 건물 : 고딕양식 중 보존 상태나 웅장함이 빼어난 건축. 강변에 위치해 물에 비치는 모습과 앞을 지나는 유람선과의 어울림 등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스트반왕 동상 : 오랜 유목을 끝내고 헝가리왕국을 건설해 천 년 역사를 이어왔다.
부다성 안의 성당 : 부다성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첨탑을 포함한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6월 30일 스코틀랜드를 떠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정확하게 7월 1일 새벽 0시 5분이었다. 이스트반(Eross Istvan)이 마중을 나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반,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반이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마중 나올 것을 기대하지 않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후 찾아갈 생각이었다. 자정이 넘어서 그런지 입국 수속은 다른 곳에서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그런데 뜻밖에 짐 찾는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런던 발 부다페스트 도착 승객 중 10여 명 넘게 가방이 도착하지 않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방을 찾기 위한 응급서류를 작성하고 1시가 약간 지나 공항을 빠져나오니 맨 앞에 이스트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정말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있을까? 부랴부랴 그의 집에 도착하여 늦었지만, 그가 권하는 파링카(Paringka/헝가리인의 전통주)를 마시고 잠을 청했다. 이튿날 느지막이 일어나 보니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활달하고 친절한 부인 레카(Reka)와 2녀 1남의 다섯 식구 단란한 가족이었다.

여름 도나우강은 물이 풍부해 더욱 도도히 흐른다. 독일서 발원해 흑해로 들어가는 유럽 최대의 하천답게 연중 유람선의 왕래가 멎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몇 해 전 선박충돌로 익사 사고가 발생했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집무실의 이스트반 : 그는 2년 전 헝가리 예술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해 에게르대학을 떠나 현재는 부다페스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10시쯤 모든 식구가 밖으로 나간 후 이스트반과 함께 걸어서 부다성(Buda Castle)을 돌아보았다. 성은 다뉴브강 북쪽의 언덕 위에 있어 천연의 요새나 다름이 없었다. 성안에는 헝가리인의 유목을 끝낸 이스트반 왕의 동상과 중세의 교회, 대통령궁, 옛날의 왕궁 등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성의 반대쪽은 강의 남쪽으로 페스트라고 하며 넓은 들판 위에 거대한 시가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부다와 페스트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200만 명이라고 하니 우리에 비하면 그리 거대한 도시는 아닌 듯하다. 저녁엔 중국의 광저우에서 온 작가들과 마침 이곳에 와 있는 인도의 작가와 영화제작자 등이 이스트반의 집으로 초대되어 굴라쉬(헝가리의 전통 요리) 와 김치를 안주로 이 술 저술 가리지 않고 마셨다.

다음날은 좀 먼 거리지만 구경삼아 걸어서 페스트 쪽에 있는 마무 갤러리(Gallery MaMu/마무는 1980년대 루마니아 시골에서 자연 현장 작업을 진행했던 단체명)를 찾아갔다. 마침 에게르대학(Eszterhazy Karoly Univ. Eger)의 자연미술학과 학생들의 졸업 전시 디스플레이 중이라서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10명이 입학하여 일부는 진로를 변경하고 절반인 5명만 졸업이 인정된다고 하니 과정을 이수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전시장에 선을 보이는 대부분 작업도 매우 밀도 있고 완성도도 아주 좋았다. 한 졸업생의 말로는 외국어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마침 이 대학에서 교수로 재임하고 있는 피터(Peter Balazs)교수와 2년 만에 재회했다. 그는 그날도 오후 늦게까지 현장에서 전시할 작품설치를 지도하느라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아침부터 종일 걸었더니 오후엔 파김치가 되었다.

두 교수와 학생들 : 마무갤러리 앞에서 디스플레이에 여념이 없는 학생과 교수가 뭔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에게르대학 자연미술과 졸업생들의 작품. 인체를 사실적으로 다루었으나 사용된 오브제가 실제 자연물로 이루어진 것이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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