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의 교육단상, 교장은 공공의 적인가 ①
- 경계의 탐구 : 교사와 교장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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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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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이라는 영화가 있다. 원래는 미국의 갱스터 영화 이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강철중(설경구 분)이 주인공인 범죄 소탕물로 제법 인기가 있어 속편이 몇 개 시리즈로 나온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정작 문제는 누가 공공의 적인지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완전 범죄를 가장한 범인도 문제지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범죄를 해결하려고 하는 편법적인 경찰이나 검찰도 문제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사고 이후 열린 여의도 집회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내심 염려했던 것이 이 엄청난 사건이 바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분노의 대상을 찾아 분풀이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교사들이 참여한 집회의 요구는 결국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에 “①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민원처리를 책임지며,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한다.”는 법률 개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엄청난 사건이 그 많은 ‘교무’ 속에 ‘민원처리’라는 한 항목을 분리 추가하는 것으로 종결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교직 사회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교사들이 얼마나 큰 민원의 중압감 속에 살고 있으며, 민원처리에 있어서 교장들이 교사들에게 얼마나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된 것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 학교현장이, 그리고 교장의 역할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근에 나온 <학교 외부자들, 박순걸, 교육과 실천>이라는 책에서 보면 교장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보면 “2024년 대한민국의 학교에서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고 지켜줄 훌륭한 교장이 여전히 부족하다. 허용적이고 수용적인 좋은 교장은 제법 있다. 교사를 적극 지원할 훌륭한 교장이 그에 미치지 못할 뿐이다.” 그 이유는 교장들이 이렇게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와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교직원과 학부모의 비교육적 행위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훌륭한 교장’은 갑질 신고에 시달리면서 감사를 받거나 징계를 받게 되어 정년을 보장받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때문에 학교와 교육에 관심을 끊고 무조건 ‘OK’만 하는 ‘좋은 교장’을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학교문화 속에서 별 탈 없이 정년을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103쪽).
“많은 관리자가 자신들은 교사의 적이 아님을 주장하고 학생 교육의 동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각종 교사 모임에 가보면 교사들이 관리자들의 비민주성을 성토한다. 학교의 변화를 위해서는 관리자가 먼저 변하거나 승진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사모임에서 만난 관리자들은 한숨을 쉬며 이 같은 반응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학교 내부자들, 40쪽>)
시종 내내 가슴 찔리면서 얼굴 붉히면서 <학교 내부자들>과 <학교 외부자들>을 읽었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학교의 미시적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었기 때문에 아팠고, 학자의 말이 아니라 현장의 언어로 쓰여 있기 때문에 읽기에 편안했다. 동의되는 부분도 있었고 이게 언제 적 이야기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입장의 차이일 수도 있고, 내가 일했던 경기도와 경상남도 교육청의 지역적 차이일 수도 있다. 지역적 차이는 분명히 있다. 교장연수에 가보면 각 시도교육청 지역별, 공사립 설립별 교장들의 교육에 대한 교양과, 교장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분명히, 그리고 엄청나게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책들을 읽으면서 가슴을 찌르는 통증은 교사와 교장들 간의 적대 감정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이런 적대 감정은 교육의 문제해결과 발전을 위해서 유해한 것일진대, 이런 감정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이며, 왜 시정되고 있지 않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잔존하는 권위적인 학교문화와, 양성이 아닌 승진으로서의 교장의 임명 등 전반적인 교장제도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전국의 교장 선생님들은 읽으면서 얼굴이 시뻘게지더라도, 속에서 무언가 점잖지 못한 말이 계속 튀어나오더라도 이 책 두 권을 꼭 읽으시기를 권면한다.(주필 전종호)
※ 이 글은 <교육언론 창>에 함께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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