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5.08 13:31 | 최종 수정 2024.05.08 13:34 의견 2

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

전종호

지금은 어머니는 국수를 먹지 않는다
여름 저녁마다 홍두깨로 칼국수를 밀거나
애호박을 썰어 뜨거운 국수를 끓였던 어머니

심지어 아침에도 밥상에 국수를 내놓고
뻘쭘하게 바라보는 자식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듯 뜨거움을 삼켰던 어머니

이웃집 밥 익는 냄새를 맡으며
풀풀 밀가루 날내를 투정하던 어린 것들에게
고만한 것에 대한 감사를 가르치던 어머니

엄마는 엄청 국수를 좋아하나 보다 생각했던
자식들의 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끔찍한 가난의 미망에서 도망치기나 하는 듯

더운데 시원한 국수나 한 그릇 하시죠 하면
악귀를 쫓듯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며
이제 다 큰 자식들의 국수를 절대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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