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의 철학, 노자 도덕경 산책(50)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4.10 05:20 | 최종 수정 2024.04.10 05:22 의견 0

김준식(진주고등학교 교사)

이윽고 벚꽃이 지고 있다. 긴 기다림이었지만 항상 짧은 만남을 뒤로 꽃은 하염없이 흩어지고 있다. 사진을 찍었다, 벚꽃을! 또!

해마다 피고 지는 벚꽃이지만 해마다 새롭다. 모두들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니 또 그런 줄 알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나이와 꽃이 가지는 관계는 아직 여전히 모호하다.

어쨌거나 벚꽃 피는 이 화려한 계절, 노자의 생각을 통해 지금을 돌아보자!

荒兮, 其未央哉! 衆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臺. (황혜, 기미앙재! 중인희희 여향태뢰, 여춘등대.)

빠져드니, 그 끝이 없구나! 여러 사람들은 희희낙락하니 (마치) 소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듯하고, 화사한 봄날 누각에 오르는 듯.

衆人皆有以, 而我獨頑似鄙 我獨異於人, 而貴食母. (중인개유이, 이아독완사비 아독이어인, 이귀식모.)

사람들은 모두 쓸모가 있는데 나 홀로 완고하고 천하다. 나 홀로 사람들과 다르니 만물의 근본을 귀하게 여긴다. 『도덕경 20장』 일부

여기서 황荒을 ‘거칠다’로 풀이하는 것보다는 탐耽(빠져들다, 그릇되다)이나 무蕪(거칠다)로 풀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식모食母는 근본을 말한다.

도덕경 전체를 통해 노자의 사적인 감정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여러 학자들이 평가하는 장이다. 다른 이야기는 대부분 道에 대하여 때론 준엄하게 또 때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노자인데, 유독 이 장에서만큼은 자신이 완고하다느니, 천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본인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도덕경 전체에 노자의 감정이 고루 분포되어 있지만 특별히 자신을 등장시켜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 20장에 있다는 것이다.

본래 이 장은 앞부분과 뒷부분의 이야기가 일맥 상통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노자 도덕경 산책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 장의 앞부분을 이야기했다.(https://brunch.co.kr/@brunchfzpe/1312) 뒷부분의 이야기는 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고독과 흔들림, 그로부터 비롯된 개인적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봄 꽃, 특히 벚꽃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묘한 부분이 있다. 겨울을 견디고 잎보다 먼저 피어난 꽃이 온 나무를 감싸고 있는데 그것을 보는 우리의 심경은 문득 복잡하면서 동시에 가벼워진다. 당연히 따뜻해진 기온도 한 몫을 한다.

이를테면 환하게 무리 지어 천지를 감싼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현혹되고 만다. 그 상황은 노자에게 매우 위험해 보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우리들은 지극히 시소한 사건에도, 그리고 사물에도 자주 빠져들고 자주 흔들린다. 뿐 만 아니라 사람들은 늘 자유롭고 싶어 하기 때문에 도를 수행하는 것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오래 전에도 그러했는지 그러한 상황을 바라본 노자는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자신처럼 살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그 길이 쉽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심경을 노자는 도덕경 70장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오언심이지, 심이행 천하막능지, 막능행.)

내 말은 매우 알기 쉽고 행하기 쉽다. (그러나) 천하에 누구도 알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다.『도덕경 70장』 일부

이번 주 안에 모든 벚꽃은 그 찬란한 꽃 잎을 다 떨굴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푸른 잎이 돋아날 것이며 봄은 중턱을 넘어설 것이다. 노자의 생각과는 다른 지금의 세상이 또 우리들이, 그렇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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