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넓은 들과 문화와 예술이 있는 나라 2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3.12 07:13 | 최종 수정 2024.03.12 07:55 의견 6

초여름의 향연

오늘은 여러 가지로 좋은 날이었다. 무엇보다도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조금 내렸고, 샤토부(Chateauboux)에서 도자기 조형전을 보았다. 인구 3만의 시골인데도 불구하고 꽤 수준이 있는 전시였다. 올리비에 부부의 강추가 아닌 선택 사항이었기에 다른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었던 그런 상황이었다. 물론 올리비에 씨로부터 샤토부가 옛날부터 좋은 흙이 있었고 생활 자기로서 백자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전시의 내용은 필자의 예측을 많이 벗어나 있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자기 개념을 완전히 넘어선 조형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다수 있었다. 더욱이 전시장의 건축이 예사롭지 않았다. 옛날 수도승들이 쓰던 것이라는데 전시 공간으로서는 더없이 훌륭했다. 독일의 대표적 자연미술가 ‘우도 닐스’도 이곳에서 전시했다고 한다.

샤토부의 현대 도자전
샤토부 시내 옛 교회당을 개조한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현대도자기 전시를 관람했다. 천정이 높은 유서 깊은 공간에 신개념의 도자 조형 작품들은 프랑스의 예술성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해 질 무렵엔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정원음악회에 갔다. 정원은 노랗게 익은 밀밭 한가운데에 있었다. 30년 전 한 부부가 이곳의 양치기 외양간을 사서 나무와 꽃들을 심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제 노인 티가 나는 부부는 아직도 정력적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이것 저것을 살피는 등 여념이 없어 보였다. 앞이마가 시원하게 벗겨진 바깥주인은 양어깨의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아마도 술렁술렁 인생 살이를 하지 않은 듯하다. 그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누구보다도 잘 한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부인은 키가 작달막하고 아주 인상이 좋은 안주인이었다. 흰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과 옅은 연둣빛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분이다. 그는 이 정원에 있는 모든 풀과 꽃,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올해로 이 음악회는 10년째가 되며 악사들은 아코디언을 중심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5인조였다. 곡명은 일일이 기억은 못 하지만, 두세 곡은 익히 들어본 곡이었다. 대부분 유럽 중부의 발칸 반도 지역의 곡을 연주한다고 했다. 음악회를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인근의 주민들이며, 일부는 좀 더 먼 곳에서 오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언뜻 보아도 200여 명은 족히 될 듯한 인파가 정말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더 나아가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튼 필자는 어느 한 가지에 치중하기보다는 정원과 음악,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연출해 내는 그들의 문화에 깊은 감동과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 마을 축제와 할머니

이 할머니는 마을의 터줏대감인 모양이다. 그녀는 매년 여름 악사들을 초대하여 자신의 정원에서 축제를 연다. 정원은 식물원을 방불케 하며 실내에는 다양한 수집품들이 찾아온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큰 소나무가 업으로 지켜주는 집


작가 올리비에 부부는 증조 할아버지가 살던 오래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비뇽에서 이사와 4년 동안 치우고 보수하고 정리하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보수와 리모델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의 방은 1층 로비에서 부부가 같이 쓰는 서재 사이의 나무 계단을 돌아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왼편에 욕실과 화장실이 달린 접객용 1호실이다. 집이 커서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데 3일이 걸렸다. 마굿간, 건초 창고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프랑스 중부 지방의 농가로 추측되지만, 공간의 규모나 대지의 크기로 미루어 10여 명이 작업공간으로 쓰더라도 충분할 만큼 넉넉했다. 당장 작업실이 없는 필자로서는 가장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올리비에 씨는 한편으로 GNAP-France를 위해 자기 집을 숙소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공간이라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떠나기 전에 적합한 곳을 찾아 나서기로 계획을 잡은 모양이다. 그곳에서 일이 잘 풀리길 기원해 본다. 아무튼 나는 이 아름다운 커플이 그들의 예술적 혼을 불사르고 하고 싶은 일들을 다 마칠 때까지 이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며, 무엇보다 저 소나무가 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 약속을 받기 위해 소나무에게 근사한 선물을 준비했다. 소나무야 알았지?

농가를 지키는 소나무
마당 한쪽에 두 그루의 소나무가 마치 두 부부의 집을 지키듯 서있다. 방문기념으로 이 소나무 중 앞에 있는 소나무에 뜰안의 검불을 모아 둥근 띠를 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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