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여정은 매우 단순한 일상으로 이루어진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화장실 세면대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간단한 간식거리, 빵과 사과와 바나나와 물 등을 배낭에 챙겨메고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알아서 노란 조가비 표시를 따라 출발한다. 전날 준비해둔 아침식사를 알베르게에서 먹고 나오기도 하고, 순례길에서 만나는 카페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순례길에 있는 카페는 다음 카페가 어디에 또 있을지 모르기에 그냥 지나치기에 아쉬운 점이 많다. 카페는 커피나 생 오렌지 주스, 우유, 또는 와인에 바게트나 또르띠야 등을 각자 취향에 맞게 주문해서 먹고, 휴식을 취하며 화장실을 이용하기에 아주 용이한 장소이다. 또한 각자의 속도로 홀로 혹은 다른 순례자들과 동행하며 걷다가 헤어진 일행을 다시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카페가 없는 경우 푸드트럭도 중간 중간있으니 이용하면 좋다.
가이드가 매일 카톡에 올려주는 그날의 알베르게 위치와 갖가지 맛집 정보와 그 지역의 관광명소 등을 숙지하고 구글 지도에 의지하여 낮 12시든, 오후 2시든, 5시든 상관없이 각자 알아서 숙소에 도착한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순례자 여권에 스템프를 찍고 도착한 짐을 찾으면 침대를 배정받는다. 침대의 버그 방지를 위해 시트를 깔아 정리(요즈엔 알베르게도 많이 청결해져 버그때문에 성가신 일은 없음)하고 짐 풀고 샤워를 한다.
그리고 땀에 흠뻑 젖은 옷가지들을 빨아 세탁 건조기나 햇볕에 널어 말린다. 건조기가 없거나 날씨가 흐리든지 비가 와서 양말이나 옷이 마르지 않으면 다음 날 배낭에 옷핀으로 고정해 매달고 다니면서 순례길 햇볕에 말린다. 빨래 후에는 각자 휴식을 취하거나 도착한 지역의 관광도 하고 점심이나 저녁을 먹기 위해 편안한 슬리퍼나 복장으로 밖으로 나온다.
스페인은 마을마다 성당이 중심에 위치해있고, 그 성당 주변으로 식당과 상점과 주택들이 형성되어있다. 성당에 들어가서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 기도드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기념사진도 찍는다. 장바구니도 챙겨 슈퍼마켓에서 바나나, 사과, 오렌지 주스, 납짝이 복숭아, 하몽과 바게트 등 취향에 맞는 먹거리들을 사서 다음 날 아침 식사와 간식거리를 챙겨둔다. 이러면 하루의 일과는 거의 마무리된다.
내일을 위해 초저녁 6시부터 잠자리에 드는 사람도 있고, 7시 성당미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내일을 위해 10시까지는 잠자리에 든다. 이렇듯 하루의 일상은 일어나 먹고, 걷고, 잠자는 지극히 원시적인 생활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