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바람 쐬고 오라고 풀어준 강아지가 어두워지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집 근방을 돌아다니며 진이야~ 하고 부르다가 돌아와 툇마루에 앉아 기다린다.
묶어 놓지 않고 기르다가 얼마 전부터 묶어 놓기 시작했다. 밭에 심어놓은 식물을 판다느니, 집 앞에 똥을 싸고 간다느니, 자기 집 개밥을 다 먹고 간다든지, 어렸을 때부터 묶어두지 않으면 커서 힘들다는 불평과 조언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강아지를 묶기 시작한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한 달쯤 전에 강아지가 옆 도랑에 빠진 사건이었다.
그때도 밤늦게까지 강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다니다가 도랑 옆에서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고 내려가 강아지를 안고 올라왔다. 말이 개울이지(정식으로 각색천이라는 이름이 있음) 집 옆의 개울 높이는 뛰어내리기는 겁이 날 정도의 3 미터 이상이다. 물이 불면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내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평소 흐르는 물의 양에 비하면 정비된 하천의 폭과 높이는 과도하게도 대략 100년 빈도의 강우량에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아래에서 강아지는 낑낑거리고 아래로 내려갈 긴 사다리가 없다. 마을 우수관 아래 작은 사다리가 하나 있는데 위에서 내려가기에는 한 참 짧고 그 견고성도 믿을 수 없다. 동물구조대에 전화해야 하나 망설이다 주차장 표시할 때 쓰던 밧줄을 가져와 옆의 다리 난간에 묶고 도랑 아래로 내려갔다. 군대에서도 안해본 유격을 하는 느낌. 간신히 사다리 위로 강아지를 끌어올려 아내에게 인계하고 올라왔다. 급한 김에 장갑도 끼지 않고 밧줄을 타고 내려갔더니 다음 날 손바닥을 보니 물집이 여러 군데 잡혔다. 강아지도 개인데 하천에 떨어지는 개도 있나? 이 개 바보 아냐? 참.
진이 이름을 부르며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이전 생각이 나서 하천을 살폈다. 강아지가 빠졌으면 무슨 소리를 낼 터인데 호우로 불어난 하천 물소리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저 아래 하천 물 건너 편에 희번득한 물체를 포착하고 랜턴을 비치니 강아지가 빛을 따라 위로 올라온다. 드디어 아내 앞에 마주한 진이. 물을 건너오라고 소리치니 물속에 들어왔다 강한 유속에 밀려 떠밀려 가다 뒤로 후퇴한다. 급한 마음에 아내는 물의 깊이, 속도도 모른 채 건너가려다가 물에 떠밀린다. 다시 시도해 물을 간신히 건넌다. 강아지를 안고 물을 다시 건너오려다 물에 휩쓸려서 건너오지 못하고 강아지를 안고 다리 밑에 오도카니 서 있다.
도랑 위쪽을 살피다 전화를 받고 내려가서 내가 본 상황이다. 물을 건너려는데 유속이 얼마나 센지 무거운 내 몸도 휘청한다.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건너서 진이를 안고 아내의 손을 잡고 하천을 건너온다. 휴! 진이를 못 찾았으면 진이를 잠깐 풀어준 모든 책임과 비난을 내가 뒤집어쓸뻔 했다는 생각이 빠르게 지난다.
멀리서 데려온 닭 한 마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과, 윗집 진돗개의 습격으로 인한 또 한 마리의 멀쩡한 어미 닭이 물려가 죽은 게 엊그제인데 강아지까지 실종이라니. 시골살이가 날마다 쇼다.
강아지를 잡아다 다시 묶어 놓고, 비는 계속 내리는데 상황이 종료되니 목구멍이 막걸리를 부룬다. 닭 한 마리, 강아지 한 마리가 뭐냐고? 모르는 소리. 다 애착 때문이겠지만. 생명, 참 질기다. 김여사는 물을 건너다 돌에 부딪혀 또 얼굴에 훈장을 남겼다. 밤 10시. 상황 끝.(글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