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만다라' '국수' 작가 김성동 별세

문학평론가이자 '국수'를 출간한 임우기는 "가족사적인 비극과 불교와 유교를 하나로 통합해 독특한 문법 속에서 녹여낸 작가"라고 설명했다

하무뭇 승인 2022.09.25 17:06 | 최종 수정 2022.09.25 17:13 의견 0
김성동 작가의 <국수>

장편 소설 '만다라'와 '국수'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가 25일 오전 건대충주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5세.

1947년 충남 보령 출생인 고인은 1964년 서울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봉산 천축사로 출가해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좌익 아버지를 둔 이유로 연좌제 족쇄가 채워져 정상적 삶을 포기 하고 탈출구로 문학을 선택했다.

1975년 '주간종교'에 첫 단편 소설 '목탁조'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정식 승적이 없었던 고인은 당시 소설 내용을 문제 삼은 조계종으로부터 '승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제적한다'는 통고를 받기도 했다.

1978년 '한국문학'에 중편 소설 '만다라'가 당선됐으며, 이듬해 장편으로 개작해 출간하면서 문단에서 주목받았다.

'만다라'는 출가한 지 6년째 '병 속의 새'라는 화두를 풀지 못하던 수도승 법운이 지산이라는 파계승을 만난 뒤 수도 생활에 변화를 맞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은 1992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창작에 전념한 고인은 '엄마와 개구리', '먼산', '별' 등의 단편과 '피안의 새' 등 중편을 잇달아 발표했다. '문예중앙'에 '풍적'을 연재하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국수'(國手)와 '꿈'이 있다.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인 2018년 6권으로 완간된 '국수'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솔출판사(대표 임우기)의 <국수>

'꿈'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불교신문'에 연재한 소설로 젊은 승려 능현과 여대성 희남의 꿈결같이 애틋한 사랑과 구도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고인은 2019년 해방 공간에서 좌익운동에 투신한 부모와 연좌제에 시달린 가족사를 고백하는 자전적 단편 세 편을 묶어 소설집으로 내놓기도 했다.

문학평론가이자 '국수'를 출간한 임우기 솔출판사 대표는 "가족사적인 비극과 불교와 유교를 하나로 통합해 독특한 문법 속에서 녹여낸 작가"라고 설명했다.

고인의 지인들은 부고에서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남기셨다"며 "그동안 남북 분단과 가족사로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제 편히 영면하시기를 빈다"고 전했다.

빈소는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7일이다.

생전의 김성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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