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55 / 전종호

이정철 승인 2022.08.17 11:35 | 최종 수정 2022.08.17 19:14 의견 0

작약 / 전종호

사랑은 한다면

이렇게 하라

땅속 더딘 예열 끝에

한순간에 터지는 불꽃

딸꾹질 침 한 방울이나

한 줄기 빗물 또는 바람으로는

결단코

진압할 수 없는 폭발

마음을 졸이고

애간장을 태워서

환장하게

제 몸을 태우는 신열

그리고

그다음의 함박웃음

작약

<시인의 시상>

땅속 더딘 예열 끝에

한순간에 터지는 불꽃

(... ...)

결단코

진압할 수 없는 폭발

■작약

-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 아리따운 소녀가 잘못을 저지르고 작약꽃 속에 숨었다하여 '부끄러움','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짐

- 애절한 사랑과 수줍은 아름다움이 담긴 약초

- 작약(Paeonia lactiflora)은 중국을 기원으로 하여 중앙아시아 및 남유럽 원산의 다년초 식물로 옛날부터 관상과 약용으로 재배되어 이용됨

- 중국에서는 꽃 중에서 모란을 화왕(花王)이라 하여 제일로 꼽았고, 작약은 화상(花相)이라 하여 모란 다음의 꽃으로 여겨 왔는데 꽃의 색깔이 붉은색, 분홍색, 백색 등 다양하고 꽃잎도 홑잎에서 겹잎으로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 정원이나 뜰 앞에 많이 심음


- 국내에서는 꽃 모양이 넉넉해 함박꽃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작약꽃은 오뉴월에 만개해 절정을 이룸

■작약꽃에 얽힌 옛 이야기
중국 사천의 한 마을에 선비가 홀로 살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하루 종일 책이나 읽으며 지내고 있었으므로 적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가 매일같이 대하는 것이란 오로지 책뿐이었고 가끔씩 뜰에 나가 붉게 핀 작약꽃을 감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에 아름다운 미모의 처녀가 찾아 들었다. 처녀는 선비의 시중과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거들어 주겠노라고 간청했다. 외로움과 쓸쓸함에 지친 선비는 미모의 처녀가 스스로 시중을 들겠다고 자청을 하므로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같이 기거 할 것을 허락하였다.
처녀는 하루 종일 집안일을 도맡아 잘할 뿐 아니라 우아한 몸매에 교양도 있었고 글재주는 물론 재치도 있어 시나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 좋은 말동무가 되었다.
이제 선비는 처녀가 한시라도 없으면 심심하고 쓸쓸해서 견딜 수 없게 되었고 친구나 찾아오는 손님께도 처녀의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정말 살맛나는 생활이었다.
꿈같이 달콤한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날, 전부터 알고 지내던 유명한 도인이 선비를 찾아왔다. 선비는 도인에게 처녀를 자랑삼아 소개시키려고 처녀를 불러내었으나 나오지를 않았다. 궁금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찾아보아도, 그리고 불러보아도 처녀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언뜻 처녀의 모습이 선비의 눈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급히 뒤쫓아 가니 처녀는 벽에 매달려 처형을 당하듯 서서히 벽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벽에는 처녀의 모습이 자국으로만 남았고 단지 입술만 움직이며 하는 말이 “선비님의 부름에 대답을 할 수 없었어요. 저는 사람이 아니고 작약의 혼이에요. 저를 인간으로 따뜻하게 대해 준 것은 선비님의 사랑이었고 저 역시 선비님을 도와드리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오늘 집에 온 도인께서는 선비님의 저에 대한 사랑과 칭찬을 믿지 않았을 것이고 저는 저의 모습을 간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다시 꽃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고백하였다.
선비가 아무리 달래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처녀는 점점 벽 속으로 들어가 드디어 처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 후 선비는 오로지 한탄과 외로움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전종호>
임진강을 노래하는 시인, 교육연구자, 파주교육연대상임대표

전종호 시인

시집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꽃 핀 자리에 햇살 같은 탄성이>, 저서<혁신교육 너머 시민교육>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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